사설>명맥 끊긴 ‘지역 대법관’ 지역 균형 반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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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명맥 끊긴 ‘지역 대법관’ 지역 균형 반영을
1985년 이후 단 1명도 없어
  • 입력 : 2023. 05.15(월) 17:36
오는 7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퇴임한다. 그에 따른 후임 후보는 37명(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심사 동의)이다. 이중 9명이 광주·전남 출신(출생·등록지 기준)이다. 광주·전남 출신 9명 중 법원장은 1명으로 윤준(62·16기) 서울고법원장이 심사를 받기로 했다. 나머지 8명도 법관이다. 그런데 지역 법조계의 예측은 회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전남은 ‘판사들의 종착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더는 오르지 못하고 은퇴하는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1981년 이성열 전 대법관 이후 무려 38년 동안 대법관이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법관은 1985년에 은퇴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지만 대한민국의 대법관 인선 방식은 지역 균형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먼저 대법관은 후보 추천위에 의해 후보가 선출되고 그에 따른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적격 유무를 심사해 제청 인원 3배 수 이상의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를 추천한다. 대법원장은 이 중 2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는다. 당연히 대법원장 의중이 강하게 작용 될 수 밖에 없다. 외국이 연방의회 선출, 다양한 직업 군 등으로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이런 폐쇄적인 선출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에서는 보기 드물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민 생활의 균등과 균형 있는 지역 자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법관 구성에도 지역의 다양화와 균형이 필요다. 특히 지역마다 다루는 사건·현안의 특색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수도권에만 집중된다면 이는 21세기 민주주의, 특히 지역 분권을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다. 지역 법관제 취지에 따라 윤리·전문성을 갖고 일했던 이들이 고위 판사 진입에 제약받는 것도 차별이다. 대법관 임명에 앞서 ‘균형 있는 지역 자치’를 강조하는 헌법의 숭고한 뜻을 떠올려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