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정길수> 농업·농촌 가치 교육의 시작은, 농촌 일손 돕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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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정길수> 농업·농촌 가치 교육의 시작은, 농촌 일손 돕기부터
정길수 전남도의원
  • 입력 : 2023. 05.15(월) 14:40
정길수 도의원
‘식품사막(Food Desert)’이라는 말이 있다. 몸에 좋은 식품을 제공하는 상점이 없어 건강 유지에 필요한 식품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사막 같은 지역을 뜻한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과일이나 채소 등 건강 유지에 필요한 신선 식품을 파는 대신 정크푸드로 대표되는 값이 싸고 간편한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밀집되어 있다.

문제는 저렴한 가공식품만을 소비하게 되면서 비만을 비롯한 각종 건강 위협 요인들에 장기간 노출되고, 또 그 지역 주민들의 식습관이 대대로 대물림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식품사막에 대한 개념은 1990년대 영국에서 처음 주장된 이후 선진국에서 주로 논의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저소득층과 청년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식품사막이 경제적 불평등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백악관에서 직접 나서 개선에 노력하고 있고, 일본은 농림수산성 산하의 연구소에서 이를 일종의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 식품사막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까?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가난할수록 뚱뚱하다’는 비만 양극화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2019년 기준 체질량지수 증가 폭이 가장 큰 그룹은 소득 ‘하’ 남성이고, 소득 수준 ‘상’ 여성은 체질량지수가 유일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가난할수록 고도 비만이 많다는 연구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장소가 바로 농촌이다.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슬기로운 식생활로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농업·농촌을 제대로 알고 농산물의 성장 과정을 느끼고 체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유아기, 아동기, 성인기, 노인기 등 전 생애에 걸쳐 맞춤형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고자 하는 관심이 뜨겁다. 농촌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터전이자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며, 농토에서 자란 농산물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게 함과 동시에 환경보전과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다양한 공익적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부각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9년 식생활교육지원법에 따라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해 2010년부터 식생활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조리되고, 내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환경과 건강, 배려의 핵심 가치를 모두 담아 가정,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 민관협력의 식생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식생활 능력을 신장시켜 국민이 바람직한 식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고, 건강한 백세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대표적인 예로 학생들이 직접 텃밭정원에서 작물을 기르고 가꾸는 원예 활동과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활용하는 요리 활동 연계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 등이다. 오랜 기다림을 거쳐 수확한 생산물로 만들어 낸 음식의 영양과 가치, 효능 등을 체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선한 농산물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다. 녹색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자연스레 유도해 건강한 식생활을 익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부터 농번기가 시작되었다. 농촌에는 양파, 마늘, 고구마 등 다양한 농작업들이 일손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올해부터는 올바른 식생활 교육의 일환으로 기존의 방식인 관 주도의 수동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땀 흘리며 느끼는 주체적인 농촌 일손 돕기부터 참여해보면 어떨까? 내 아이에게 농업·농촌에서 얻은 삶의 값진 체험들이 올바른 식습관으로 차곡차곡 적금처럼 쌓여, 평생 건강한 신체로 보답받기 위해서라도 농촌 일손 돕기를 통해 건강한 해답을 찾아 나서길 바라는 마음에 감히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