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폴란드, 역사적 앙금에도 우크라 난민에 최선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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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폴란드, 역사적 앙금에도 우크라 난민에 최선 조치
유럽의 우크라이나 난민 정책 <1>폴란드 사례
우크라인 지원 폴란드 공화국 법률 채택
폴란드 NGO·구호단체 신속하게 도움
우크라 난민 국가 등록 시스템 새 도입
“우리나라의 난민 아니고, 우리의 손님”
  • 입력 : 2023. 05.11(목) 15:50
폴란드 바르샤바 중앙역의 우크라이나 난민안내센터의 모습. 필자 제공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3년 3월 27일 기준 폴란드에 임시 보호로 등록된 개인은 약 157만 명 이상으로 EU 국가 중 가장 많으며, 폴란드를 거쳐 제3국으로 건너간 피란민의 규모는 950만 명 이상이었다. 폴란드로 유입된 대다수는 임시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이 재외동포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임시난민으로도 수용하지 못하는데, 폴란드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난민을 수용할 수 있었을까? 주요 원인은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16-17세기 폴란드-리투아니아는 현재의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대부분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8세기에 들어오면서 프로이센,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군주국), 러시아 제국에 의해 제3차 분할을 하게 되고 폴란드는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과정에서 민족자결주의에 의해 폴란드-리투아니아가 멸망한 뒤 123년 만에 다시 독립국가인 폴란드 제2공화국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1939년 독일-소련 불가침조약이 체결되어 나치독일과 소련이 폴란드를 침공하게 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은 할리치아 지역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서부를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넘겨주었다.

그리고 폴란드-우크라이나도 역사분쟁으로 인해 양국 관계는 경색국면을 유지해왔다. 그것은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서우크라이나 지역, 특히 할리치나 지역에서는 스테판 반데라가 이끄는 우크라이나민족주의자조직(OUN)에 의해서 유대인과 폴란드인 대학살이 자행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발발하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과 적극적인 난민 수용을 하면서 러시아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기 시작한다. 양국은 러시아를 공공의 적으로 두면서 서로 일단 역사적 감정은 뒤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역사적인 갈등에더 불구하고 양국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폴란드 정부와 폴란드 국민은 우크라이나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고 세계사에서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폴란드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슬픔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밀려오는 피란민을 돕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공유할 준비를 하며 기다리기도 하였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마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국경을 개방했다. 우크라이나인은 외국 여권 없이 폴란드에 입국 할 수 있었고 지방 당국과 자원 봉사자들은 수많은 대피소를 세웠고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했으며 평범한 폴란드인은 난민을 위해 따뜻한 옷과 음식을 가져 왔다. 폴란드 통신 회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무료 이동 통신을 위한 특별 스타트 패키지(Special Start Package)를 발행했으며 모든 유형의 육상 운송을 통해서 무료 여행을 가능하게 했다.

국경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완전히 개방하였고, 폴란드인들은 난민들이 가능한 한 편안하고 번거롭지 않게 체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 지원과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폴란드는 무기, 탄약, 군사 장비, 의약품을 최대한 많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우크라이나인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단이 여러 기차역과 버스 정류장에서 조직되었다. 우크라이나어를 들은 평범한 폴란드인들이 식당과 상점에서 난민들의 대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피 속도를 높이고 용이하도록 많은 폴란드인들이 차를 타고 국경 지역으로 가서 우크라이나인을 데려오기도 했다.

그동안 난민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전쟁 난민을 숫자나 국적에 제한 없이 모두 허용하였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 사람 중 가장 많은 숫자가 폴란드에 머물고 있다. 폴란드의 비정부 기구(NGO) 및 기타 구호단체는 신속하게 도움의 의사를 나타냈다. 그들은 돈과 물품 기부, 현장 지원(특히 국경에서), 인도적, 법률, 물류 및 심리적 지원을 조직했다.

정부와 정당도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음을 선언했다. 2월 24일 폴란드 하원은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와 연대 및 통합에 관한 결의안을 환호로 통과시켰다. 우익 연합당(Konfederacja)만이 반대 노선에 남았다. 이 당은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비판에서 더 유보적인 경향이 있다. 우익 연합당은 난민에게 과도한 비용을 사용하는 것보다 저소득 지역 주민들에게 더 잘 사용되어야 한다고 하며 전형적인 복지 우월주의적 방식으로 정부의 난민수용정책을 비판했다.

폴란드는 난민수용 및 통합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법적 통합구조와 해당 인프라를 구축해야 했다. 난민지원 자금 조달은 투명하게 규제되어야 했고, 구호를 제공하며 국가를 지원하는 NGO 및 기타 이니셔티브의 재정 지원이 확보되어야 했다. 또한 정부 조정 센터는 상향식 이니셔티브, NGO, 지방 당국, 국가 기관 및 국제기구(UNHCR 등)의 활동을 연결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조정해야 했다.

특히 숙박에 있어 몇 주 안에 거의 몇 백만 명의 사람들을 위한 숙소를 마련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다행이도 최근 몇 년 동안 노동 시장에서 우크라이나 노동력은 폴란드에서 매우 좋은 평판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난민의 대다수가 아이들과 함께 피난한 여성들이기 때문에 폴란드 노동 시장으로의 난민들의 신속한 통합은 쉽지 않는 상태에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아동의 유입은 학교,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특별한 도전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난민의 법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법률이 발효되었다. 2022년 2월 24일 이후 거주 허가는 합법적으로 폴란드에 입국하면 우크라이나 시민과 그 배우자 및 가까운 가족은 18개월을 받는다. 만료된 후에는 연장할 수 있다. 한 달 이상 폴란드를 떠나면 신분이 상실된다. 이전에 폴란드에 거주했으며 아직 영구 거주 허가가 없는 우크라이나인도 자동으로 2월 24일부터 비자가 18개월 동안 연장된다.

2022년 3월 12일에 무력 충돌과 관련하여 우크라이나 시민 지원에 관한 폴란드 공화국 법률이 채택되었다. 전쟁의 결과는 실제로 폴란드 시민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국가 보증과 보호를 제공받았다. 폴란드 당국은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인의 지위를 폴란드인의 지위와 실제로 동일시하는 법률과 규정을 채택했다. 이는 의료, 재정 지원, 주택 임대 및 취업 능력에도 적용되었다.

3월 13일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법을 마련하였으며, 해당 법안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개인 식별번호와 폴란드에 18개월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폴란드 정부는 법에 정해진 체류자격 외에도 공공의료 서비스 이용 등 인도주의적 지원뿐만 아니라 학교 및 대학교 입학, 취업에 대해서도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외국인 배우자를 둔 우크라이나 여성 난민의 자녀에 대해서도 동일한 법적 체류가 보장될 것이라고 폴란드 정부는 발표하였다.

노동 시장 및 사회 시스템 측면에서 보면, 일단 국가 등록 시스템(PESEL)에 우크라이나 난민이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인은 등록 사무소를 통해 번호를 신청할 수 있다. 이는 은행 계좌 개설, 의료 또는 세무서 등록 및 기타업무에 사용할 수 있다. 등록 후 난민들은 300즈워티(PLN, 약 64유로)의 일회성 지급을 받는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PESEL 번호를 받은 후 실업 수당을 신청하고 기타 사회적 수당(예: 가족 수당 및 보육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다. 고용주는 우크라이나 직원을 등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내무부는 무엇보다도 지역 노동 시장에 따라 상한선을 도입할 수 있다. 폴란드 정부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가구에도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을 집으로 받아들이는 폴란드 사람들은 최대 2개월 동안 월 1,200즈워티(PLN, 약 256유로)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다.

폴란드 국영 은행과 지방 자치 단체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을 위해 특별 기금을 조성해 왔다. 또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폴란드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정기적인 접근을 제공하고 국가에서 재정 지원하는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5월 22일 폴란드 대통령은 “폴란드로 떠나도록 강요된 당신의 친척, 부모, 자녀가 우리나라의 난민이 아니다. 우리의 손님이다. 그리고 당신들은 폴란드에서 안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2023년 2월 1일부터 우크라이나인은 ‘가족 500+’ 프로그램(육아를 위한 월 4,000 우크라이나 흐리브냐(약 97유로) 이상)의 재정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이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30일 이상 국가를 떠나면 폴란드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권리와 ‘가족 500+’의 지원을 받을 권리를 잃게 된다.

2023년 4월1일부터 PESEL 신분으로 폴란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임시 거주 허가(소위 거주 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이는 2023년 1월에 채택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의 무력 충돌과 관련하여 우크라이나 시민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비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폴란드에서의 합법적 체류 및 고용에 대한 장기 보장을 제공할 것이다.

최근 폴란드 우크라이나 난민들 중에는 739,000명이 고용되어 있다. 그래미 퍼스널(Gremi Personal)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의 거의 40%가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한다. 주로 러시아에 의해 집이 파괴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출신의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폴란드에 적응하고 일자리를 얻었고 그들의 아이들은 폴란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은 폴란드에 10,000개 이상의 회사를 열었다. 일부는 폴란드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좋은 급여를 받고 있다. 폴란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의 10%는 이미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30%는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