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균 도의원 |
전남도의 피해 상황도 심각하다. 전남의 2169개 농가 중 94%인 2037개 농가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벌통수로 보면 26만8000통 중 60%인 16만통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피해가 나타났다. 1통당 3만~4만 마리의 꿀벌이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했을 때 전남에만 최대 50억 마리의 꿀벌이 죽거나 사라지고, 전국으로 보면 약 176억 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도 피해의 심각성을 느끼는 듯 지난 3월 ‘꿀벌 피해농가 조기 회복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농가를 위한 지원대책보다는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피해의 주원인을 농가의 병해충 관리부실로 지목하며 농가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양봉농가의 분노만 일으키게 하였다.
이에 양봉업계는 양봉이 단순히 꿀을 생산하는 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정책수립이나 예산확보 면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정부에 양봉 입식자금 지원, 이상기후변화에 의한 농축산물 피해의 재해 인정, 농식품부내 양봉전담팀 신설 등 농가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나 돼지 같은 축종은 개체수가 10%만 감소해도 방역하고 대책을 마련하였을텐데, 양봉의 경우 가축재해보험 가입이 가능한 축종이고 양봉산업법도 있지만 이번 꿀벌 폐사는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자연재해로 인정되지 않아 보험 내 보상기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벌집군집붕괴현상 등 꿀벌 개체수 감소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2017년 12월 유엔은 꿀벌 실종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로 지정하고, 미국은 하와이 토종벌 등 7종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2016년 세계 최초로 꿀벌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하였다. EU는 2018년 꿀벌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진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이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를 사용한 농작물도 수입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해외에서 꿀벌의 가치는 농림업 생물자원으로써 소 > 돼지 > 꿀벌 > 닭 순으로 평가되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약 75%가 꿀벌 등의 수분 매개에 의존하며,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87종을 생산하는데 꿀벌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농촌진흥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농작물 재배에서 수분 매개자로 꿀벌 의존도는 2011년 48.4%에서 2020년 67.2%로 증가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꿀벌의 화분 매개 가치는 벌꿀 생산액(약 4000억원)의 15배 수준이며, 5조8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꿀벌은 단순 꿀을 생산하는 것만 아니라 식량 생산을 위한 수분매개, 환경보전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꿀벌 개체수 감소 등으로 인한 양봉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 시작이 양봉산업도 벌꿀 소멸 피해를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재해로 인정받고, 바이러스와 응애 감염증이 법정 전염병 제1종으로 지정되어 소, 돼지 등 타 축종에 준하는 지원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꿀벌 실종 사태가 일회성 관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대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민관이 협력하고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을 유도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꿀벌 살리기가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받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