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전남본부가 지난 2월24일 전남본부1층 로비에 답례품 홍보관을 개관했다. 농협전남본부 제공 |
고향사랑기부제는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소멸 위기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제도 시행 100일을 넘긴 가운데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과 법·제도의 미비, 담당 공무원 실적 강요 등의 부작용이 노출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 일본의 민간 기부 플랫폼을 활용한 ‘민간지정 기부형 고향세 시스템’ 등의 제도를 벤치마킹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A군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담당업무를 맡고 있는 B씨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전부터 실적에 대한 압박이 컸다. 기부 건수와 금액으로 잘 시행되고 있는지를 판가름하기 때문이기는 하나 점점 취지가 변질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어 “타 지역에서 먼저 100번째, 200번째 기부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실적 압박은 더 커졌다”며 “윗선에서 직접적으로 실적을 요구하니 타 지역에 있는 친구, 친지들에게 기부 부탁을 하기도 했다. 어쩔 땐 ‘영업사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자발적 기부’ 취지를 살리기 위해 홍보 수단을 대중매체 등으로 한정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수 없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 플랫폼을 통한 기부를 제한하고 중앙정부 통제하에 운영되는 ‘고향사랑e음’에서만 기부가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고향세의 안정 정착에 성공한 일본의 경우 활발한 민간 플랫폼을 운영함으로써 고향사랑기부제의 단점을 극복한 바 있다.
그 중심엔 민간 지정 기부형 고향세 ‘GCF(거버먼트 크라우드 플랫폼)’ 시스템이 있다. GCF를 통해 기부자들은 기부할 수 있는 지역 이슈 중 평소 관심있는 주제에 지정 기부할 수 있다. 기부자 중심의 플랫폼 구조는 일본의 고향세 기부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남 지자체 역시 일본의 GCF 같은 형태로, 모금의 목적을 정하고 정해진 곳에만 쓰는 ‘지정기부제도’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고향사랑e음’ 시스템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이밖에 △제한적인 기부금 사용 목적 △외국인과 해외동포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할 수 없는 점 △낮은 세액공제 수준 △답례품 상한 규정 등에 대한 보완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행안부에서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와 전문가들은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재점검하고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제도 시행 전부터 잡음이 많았지만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시행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보면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행안부가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를 이끌어 내면서도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속 가능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