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쿠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우크라 피란 고려인은 한민족 혈통의 재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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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우쿠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우크라 피란 고려인은 한민족 혈통의 재외동포”
⑨피란 고려인 정책 문제
국내 입국 피란 고려인 동포 1200여 명
대한민국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 취급
기본권 측면 보호와 지원 받지 못해
아프간 특별기여자처럼 기여도 없어
민족통합과 인도주의 차원 고려 필요
  • 입력 : 2023. 04.13(목) 13:44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쉘터에 있었던 고려인 가족들의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을 두고 우리가 난민과 자발적 이주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서 어떻게 그려야 하는 가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현재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들은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기에 인권에 근거하여 난민에 대한 규범적 권리를 가져야 하는 더 넓은 범주의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개념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실존적 위협 때문에 탈출하였지만, 국내 구제책이나 해결책에 접근할 수 없는 출신 국가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국경을 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윤리적 관점에서의 기본권 개념이다. 기본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심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러한 조건을 살펴보기 위해 다음 재외동포법, 북한이탈주민법,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수용 정책을 검토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재외동포 위치를 가지고 있지만 북한이탈주민이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처럼 기본권 측면에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첫째,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재외동포의 위치를 가지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 취급을 받고 있다. 그것은 고려인 동포가 방문취업 체류자격을 통하여 특정국가 동포를 여전히 외국 인력의 범주로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체류 동포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현재와 같이 일시거주 후 거주국으로 귀환할 외국인 또는 외국 인력으로서만 인식하고 있다. 1999년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이 제정되었다. 재외동포란 국적에 관계없이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사람으로서 외국에서 거주?생활하는 사람에 해당된다. 재외동포는 재외국민과 외국국적동포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바, 다만 외국 시민권을 가진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으로 정의되어 무엇이 같고 무엇이 같지 않은 것을 구별할 표준이 부족한 상태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재외동포는 732만 명으로 외국국적동포가 481만 명, 재외국민이 251만 명이다. 외국국적동포인 고려인은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고려인은 2021년 12월 기준 남자 6,916명, 여 5,795명으로 총 12,711명이다. 그리고 국내 체류 우크라이나 고려인은 2023년 1월 31일 기준 3,542명이다. 지금까지 국내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동포 수는 1,200여 명 정도다.

외국국적동포는 출입국에 있어서는 국민에 비하여는 제한을 받으나 순수 외국인에 비하여 우대를 받으며, 부동산거래에 있어서의 신고요건 외에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 행사에서 국민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외국국적동포에 대한 정부 전담 지원조직도 없다. 지원예산도 없다. 국내체류 동포지원을 위한 근거 법령 하나도 없다. 한국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 바로 동포에 대한 차별해소의 과제가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국적동포와 관련하여 ‘재외동포기본법’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2021년 제21대 국회에서도 재외동포기본법이 발의되었다. 재외동포기본법 제정은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 및 국내활동에 관한 내용에 국한되어 있는 관계로 재외동포정책을 포괄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재외동포의 거주국 내에서의 정착지원 및 모국과의 교류, 국내 출입국과 체류 시 편의 확대 등을 위한 기본적 사항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 민간단체의 지원 하에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재외동포기본법이 제정되었다면 이번에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의 국내 활동 지원, 생활 안정 도모(비자, 의료 보험 등), 취업, 정착 등 권익 신장, 사회통합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재외동포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규범적 틀로서 재외동포기본법 제정이 요구된다.

그리고 2023년 6월에 재외동포 정책을 맡는 정부 조직으로 재외동포청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재외동포청은 외교부 산하 외청으로 영사, 법무, 병무, 교육 등 정부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며, 재외동포재단의 기존 사업인 동포단체 교류,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차세대 동포교육 및 문화홍보사업을 원활히 승계해 확대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재외동포청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국적동포에 대해서도 포용정책을 가졌으면 한다. 구체적으로는 전쟁 상황에 있는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동포들의 긴급생계비 지급 및 회복력 프로그램 수행, 소득 수준을 고려한 건강보험료 책정, 외국국적동포에게 차별하고 있는 방문취업비자(H-2) 폐지, 취업 및 정착지원 프로그램 운영, 한국 국적 취득 조건 완화 등 동포 체류 관리제도 개선 등이다.

둘째,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같은 한민족 혈통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이탈주민과 같은 법적 지위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의 입국 현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거주의 북한이탈주민은 총 33,752명이다. 한국법은 탈북자들이 재외공관에 진입하거나 국내에 입국한 시점에서 국민으로 대우하므로 난민의 개념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대량으로 탈북하여 제3국으로 유입되는 경우에 제3국은 이들에게 난민법상의 보호를 제공하거나 일시적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북한이탈주민과 같이 대량 난민의 발생에 관한 국제법적 규율이 준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 도착하는 경우에는 국민으로 대우받지만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경우에는 구호하거나 보호를 제공할 법적?제도적인 방안이 없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에게 공급되는 복지서비스는 사회보장, 정착금·긴급생계비·의료비 지급, 주택알선, 취업 지원, 자산형성, 법률상담, 탈북학생 교육, 교육비 등이 있다. 이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일종의 ‘기본법’에 해당하는 현행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민족 통합과 같은 맥락과 한국 체류 고려인 동포의 상당수가 한국에 장기거주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통합의 관점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에 대한 당장에 정책 형성이 어렵다면 북한이탈주민에 준하여 생존 이주라는 점을 감안하여 동포애 차원의 긴급구호의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생존 이주는 환경 변화, 식량 불안, 일반화된 폭력과 같은 위협으로 인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거나 보장할 의지가 없는 국가를 떠나야 하는 경우다. 이는 박해에 대한 법적 이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의 피해자는 일반적으로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아 현재 제도가 보호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처럼 기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26일 아프가니스탄의 파병 및 지역재건사업에 파병국이었던 한국 정부 측 기관에 고용되어 활동했던 사람들이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은 총 391명이었고, 가족 수로는 일흔아홉 가족이었다. 한국 정부는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고 불렀다. 특별기여자라는 것은 일반적인 난민과 다르기에 특별히 한국정부가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특별기여자라는 용어로 추진하긴 하지만 실제로 ‘난민인정자’ 동일한 법적 권리를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법무부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한 외국인에 대해서 난민인정자와 동일한 체류자격인 거주(F-2)를 부여할 수 있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8월 26일 입법예고했다.

F-2 체류자격은 ‘외국국적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의 자녀’나 ‘대한민국에 30만 달러 이상 투자한 외국인’ 등에게 부여되는 체류자격으로 최장 5년까지 체류할 수 있는 출입국관리법에서 정한 장기체류 자격의 한 종류다. 이들은 이 시간동안 대한민국에 체류하면서 자유롭게 취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문제는 세계시민주의적 관점과 한미 동맹의 관점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했던 의제였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는 혈연 기반적 민족주의 담론을 넘어선 차원에서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졌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민족인 고려인들은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가 없어 국내 체류, 취업, 경제활동 등에 우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전쟁으로 피난한 고려인들을 구호하는 것이 인도주의적 원칙, 세계시민주의, 국제인권규약이나 인종차별철폐협약 등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한국은 지금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2022년 3월 8일 우크라이나 동포 등에 대한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에 입국한 사례가 없더라도 동포라는 것만 입증되면 3년간 체류가 가능한 단기사증(C-3)을 발급한다.

더불어 한국 정부는 전쟁으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에 대해 사회·경제적 지위에서도 인도주의 차원의 긴급 구호를 즉각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민족 통합 및 인권 차원, 그리고 인도주의 차원에서도 합당하기 때문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