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에 5개월간 신입사원 경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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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자립준비청년에 5개월간 신입사원 경험 제공
●광주청년센터 ‘GT컴퍼니’ 가보니
10명 선발…분야별 전문성 습득
다양한 사내교육 자립역량 강화
월 140만원 지급…하반기도 운영
"보호종료와 사회진출 공백 없애”
  • 입력 : 2023. 04.09(일) 17:15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광주 동구 금남로에 있는 ‘GT컴퍼니’ 사무실에서 자립준비청년 10명이 업무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금전적으로 보수를 받은 활동은 ‘경험’이 아닌 ‘경력’ 칸에 최신순으로 적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3월 GT컴퍼니 교육팀’이런 식으로요….”

최근 찾은 광주 동구 대의동 광주청년센터(센터)에서는 취업을 위한 이력서 교육이 한창이었다. ‘일타 강사’ 못지않은 자세로 대형 스크린 앞에서 이력서 작성 예시와 순서 등을 설명하는 이시형(가명)씨는 한 달 전 ‘GT컴퍼니’에 입사한 자립준비청년이다. 그 앞에서 눈을 빛내며 교육을 듣는 9명의 청년 또한 마찬가지. 이날 청년들은 ‘사내교육’을 통해 이력서에 관한 각종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며 ‘홀로서기’를 위한 준비를 한 단계 마쳤다.

최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광주 자립준비청년들이 운영하는 ‘GT컴퍼니’가 주목받고 있다.

GT컴퍼니는 센터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가상회사로, 자립준비청년들이 5개월 동안 신입사원으로 활동하며 자립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GT’는 ‘Growing-up Together’, ‘Great Teamwork’, ‘Good Time’ 등의 약자로 ‘함께 성장하고,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회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접수한 뒤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된 10명은 지난 3월 첫 출근을 했다. 이들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 센터와 5분 거리에 위치한 동구 금남로 사무실로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광주 동구 금남로 ‘GT컴퍼니’ 사무실 입구에 사원들끼리 만든 업무 규칙이 액자에 담겨 있다. 강주비 기자
사원들과 함께 방문한 사무실은 여느 회사 못지 않게 구색이 갖춰져 있었다. 개인 업무 컴퓨터, 회의실 등은 물론, 각종 필기구와 포스트잇, 서류를 담아놓은 파일 등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사무실 한 액자에 담겨있는 ‘GT컴퍼니 약속문’에는 각종 업무 규칙과 함께 ‘우리는 사회적 가족이다’는 문구가 굵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이씨는 “업무에 필요한 물품이 여기에 다 있다. 사무실이 따로 마련돼 있어 실제 회사에서 근무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며 웃음 지었다.

겉모습만 회사 흉내를 낸 건 아니다. 사원들은 각 △홍보팀 △총무팀 △교육팀으로 나뉘어 부서별 업무를 담당한다. 홍보팀은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 GT컴퍼니의 활동을 알리는 일을 하고, 총무팀은 각종 비품 관리와 품의록 작성 등을 한다. 교육팀은 자립역량 강화 교육 추진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맡는다. 세 팀은 매주 월요일 주간회의를 통해 일주일간의 업무 계획을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협업도 한다. 청년들은 이를 통해 책임감은 물론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습득하게 된다.

사원들이 돌아가며 이력서 작성, 건강관리 등 서로의 전문 분야를 하나씩 택해 정보를 공유하는 사내교육(자체교육)과 전문 강사를 초빙해 노동·경제·법률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전문교육도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센터는 개인적인 진로 탐색 및 취업준비를 위한 자격증 취득 등 자기계발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광주 동구 대의동 광주청년센터에서 ‘GT컴퍼니’ 사내교육이 진행되는 가운데, 1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이력서 작성 방법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사원들은 GT컴퍼니에 크게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자립준비청년에게 주거나 생활비 등 금전적 지원만큼이나 필요한 것은 이 같은 체계적인 교육체제 및 커뮤니티라고 입을 모았다.

GT컴퍼니 교육팀장 박수인(가명)씨는 “입사 전까진 같은 보육원 출신만 연락했는데, 이곳에서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시설 등 다른 환경에 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며 “내년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실제 업무 역량을 많이 키울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가령 보고서 하나를 써도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업무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보팀원 오지원(가명)씨는 “홍보팀 업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디자인 제작 프로그램을 사용해봤는데, 너무 재밌었다”며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적성을 찾을 기회가 많다. 5개월 동안 나에게 맞는 진로를 찾아가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센터는 근무 시간에 따라 1인당 월 140만원가량의 임금을 지급한다. 이제 문을 연 지 한 달 남짓이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라 하반기에도 사업을 지속 운영할 예정이다.

센터 관계자는 “GT컴퍼니의 목적은 보호 종료와 사회 진출 사이의 공백으로 인한 괴리감을 없애는 것이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이 GT컴퍼니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실천·보완해나가는 훈련을 하면 실제 사회에 진출했을 때 방황하지 않고 조금 더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반기에도 GT컴퍼니 2기를 추진해 사업을 점차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