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균 도의원 |
농산물은 소비기한이 1-2주 이내의 짧은 신선식품이므로 불투명 포장 형식으로 유통 및 판매되기가 부적합하다. 또한, 자연상태 식품 특성상 눈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한데 굳이 생산연도 표기 의무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지적과 함께 현실성이 없다는 농업계의 볼멘소리가 높다.
농산물 포장재는 대부분 전년도에 대량으로 구매·제작하기에 이미 만들어진 포장재도 문제다. 이러한 포장재를 재사용하려면 스티커 작업으로 인한 소모품비용과 인건비가 부담되고, 폐기하게 될 경우에는 환경문제가 유발된다.
배, 사과, 귤처럼 저장했다가 나가는 과일이나 무나 브로콜리 같은 겨울 채소의 경우는 다음 해에 대부분 출하하는데 이러한 제도 시행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장식품이라는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신선채소나 제철과일은 바로 소비되기에 생산연도 표기 실효성이 현저히 낮다.
해외에서도 자연상태 식품에 생산연도를 표시하도록 하는 선례는 없으며, 오히려 포장을 간소화해 환경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농산물 포장재 생산연도 표기 의무규제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처사라고 볼 수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계간‘NH농협 조사연구’통권 제10호에 따르면 2023년 주목해야 할 농업농촌 10대 이슈 중 ‘불투명 농산물 포장상자 생산연도 표기 규제 완화’를 숙원사업으로 선정했을 만큼 농업인들의 어려움과 부담이 큰 제도이다.
특히, 농도민 우리 전남은 경지면적이 28만1000㏊로 전국의 18.2%에 해당하며 농가인구는 14만6000호로 29만1000명이다. 전국 농가인구의 13.1%에 달하는 수준으로 전남도 전체인구의 16%이니 이 많은 농가인구가 이러한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제정세 불안정으로 국제유가 상승과 무기질비료 인상 등 영농비 부담을 겪는 농민들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자연상태 식품의 생산연도 기재 의무를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이는, 현장에 불합리하고 농업인들에게 과도한 족쇄로 적용되는 규제일 뿐이다.
관자의 ‘五輔(오보)’에서 관중은 “득인지도 막여리지 리지지도 막여교지이정(得人之道 莫如利之 利之之道 莫如敎之以政)”이라 하였다. 이는 “민심을 얻는 방법으로는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고, 이롭게 하는 방법은 규칙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좋은 제도가 있어야 민심을 얻고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사례에서 해당하는 좋은 제도란 근심과 걱정을 제거해 농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일 것이고, 이로움이란 불필요한 비용과 노동의 증가를 줄여 생계에 도움이 되고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이 되겠다.
정부가 경제 규제혁신을 통한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자연상태 식품의 채취·생산·유통 현실을 고려하여 규제를 전면 개편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당 규제로 인한 피해보상을 위해 피규제자 비용을 늘려 국비로 지원하는 등 농가의 고통이 해소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면, 국민의 목적에 맞게 모든 정책에서 민생을 우선하여 국민을 이롭게 하고 민심을 얻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농민들을 아프게 하고 눈물짓게 하는 어려움은 하루라도 빨리 신속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