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93-3> 정부, 여순사건 유족 3·1절 행사 초청 ‘위상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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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93-3> 정부, 여순사건 유족 3·1절 행사 초청 ‘위상 제고’
‘여순 사건’ 대신 ‘항쟁’ 명칭 사용
지난해엔 첫 정부 주최 합동추념식
국가 공식행사 제정·대통령 참석 희망
“제주4·3사건서 여순 미래 모색을”
  • 입력 : 2023. 04.02(일) 16:48
  • 송민섭 기자
지난해 10월 광양시 광양시민광장에서 열린 여순 10·19사건 제74주기 합동추념식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이규종 여순사건구례유족회장, 정인화 광양시장이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처음으로 정부에서 ‘항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꼬박 75년만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3·1절104주년 기념행사에 ‘여순항쟁유족연합회’를 공식으로 초청했다. 정부가 국가행사에 ‘여수·순천10·19사건’(여순사건) 피해 유족을 초청하고 ‘항쟁’이 포함된 단체명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이규종 여순사건구례유족회장은 “유족들을 공식행사에 초청하고 여순사건을 ‘항쟁’이라고 부른 정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속도를 내고 있다”라며 “여순사건이 국가 공식 행사로 자리잡아 다음 행사에는 대통령이 직접 추념식에 참석해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로 75주기를 맞는 여순사건 추념식이 정부 공식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대통령이 유족들을 직접 위로하는 등 그간의 홀대를 벗고 명예회복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오랜 기간 전남 동부권 6개 지역에서 각각 따로 열던 여순사건 추념식이 지난 2019년 합동으로 열린 데 이어 지난 해 10월에는 첫 정부 주최로 열렸다. 지난 2021년 6월에는 지역민의 오랜 숙원이었던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첫발을 뗐다.

가장 큰 변화는 추념식이다. 그동안 추념식은 각 시·군이 별도로 치렀다. 지난 2018년부터 조례가 제정돼 전남도 주관으로 추념식을 열었지만 그때도 전남 동부권 6개 시·군이 각각 개최했다. 국가차원의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위상이 떨어졌고 정부 인사조차도 참석하지 않았다.

2019년이 돼서야 비로소 동부권 6개 시·군 유족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 추념식이 처음으로 열렸다. 사실상 한데 모여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행사가 사건발생 7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열린 셈이다.

2019년 열린 71주년 추념식은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초헌관을 맡아 위령제를 지내 의미를 더했다. 초헌관은 종묘 제향 때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일을 맡아보던 제관을 말한다.

2020년 72회 추념식은 최초로 순직 경찰 유족이 함께 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지역 내 갈등과 반목을 깨고 최초로 민·관·군·경이 하나 되는 행사였다. 73회는 ‘여순사건특별법’이 공포되고 처음 열린 추념식인만큼 전남도 및 각 시·군 유족 대표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 회장은 “여순항쟁 희생자와 유족들이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픈 역사를 안고 살고 있다”며 “당시 도올 교수가 시민들에게 여순사건을 알리는 강의를 열었는데 역사적인 재평가는 시민들이 의미를 제대로 알면서 시작되는 법이다. 그런 뜻에서 의미가 있는 추념식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여순사건 74주기는 처음으로 정부 주최로 열렸다. 광양 시민광장에서 열린 합동 추념식에 정부 대표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을 포함한 지역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모화환을 보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모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매년 추념식과 별개로 제사를 지내고 있다”라며 “제사 때마다 국가의 중요한 행사가 돼 억울하게 희생당한 부모님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순사건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않아 대통령이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행안부장관이 참석했는데 올해 행사에 위상이 격상돼 더 많은 사람들이 여순사건을 바로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여순항쟁의 역사적 의미가 복원되고 인권유린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역사적 궤를 같이하는 제주4·3사건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3차례나 제주를 찾았고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으로 제주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전현직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만큼 정부차원에서 여순항쟁의 위상제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순사건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소병철 국회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여순사건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제주4·3사건이 주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피해 보상이 이뤄져 75년의 한을 풀어주며 역사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