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재경>안성훈이 안성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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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재경>안성훈이 안성훈 했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작사가
  • 입력 : 2023. 03.30(목) 13:15
고재경 명예교수
2023년 3월 16일 한 종합편성채널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새로운 전설의 시작’ 결승전에서 가수 안성훈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발군의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발휘한 안성훈이 자신의 노래 인생을 탈바꿈하는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미스터트롯2 진(眞) 등극은 안성훈이 향후 트로트 전설이 되기 위한 출발선이고 마중물인 셈이다.

개세지기(蓋世之氣)는 세상을 뒤덮을만한 기세를 의미한다. 개세지기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줄임말로 널리 사용된다. ‘힘은 산을 뽑을 정도이고 기세는 세상을 뒤덮을 만하다’의 뜻을 가진 역발산기개세의 대명사는 항우다. 중국 진나라 멸망 무렵에 전국의 영웅호걸 중 가장 강력한 인물이 바로 초나라의 패왕 항우다.

동양의 영원한 고전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은 항우의 성장기를 재기과인(才氣過人)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재주와 능력이 사람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성훈의 탁월한 음악적 재기(才氣)가 이번 경연 참가자들의 수준을 능가하여 결승전에서 마스터 최고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이는 대국민 온라인 응원 투표와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함으로서 안성훈의 진가를 입증했다.

따라서 앞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뒤덮을 만한 빼어난 가수가 바로 다름 아닌 안성훈이다. 노래면 노래, 인성이면 인성, 수려한 인물이면 인물, 주먹밥 만들기면 주먹밥 만들기 등 그 어느 것 하나 빠질 것도 없이 다재다기(多才多技)하다. 포르투갈의 ‘항해 왕자’ 엔히크가 중세 대항해 시대의 서막을 열었듯이 안성훈은 대한민국 대트롯 시대의 문을 활짝 열고 이끌어갈 새로운 전설의 탄생 그 자체다.

안성훈이 열창하는 노래를 들어보라. 그의 목소리는 한여름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물맛처럼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광활한 바다를 마주하듯 깊은 울림의 목소리요, 호소력 짙은 감동적인 설렘과 떨림의 목소리요, 사랑의 회한을 절절히 토해내는 매력적인 끌림의 독보적 목소리를 지닌 안성훈이다. 즉 마치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역대급 음색은 가히 천하일품이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안성훈은 항우의 재기과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향후 안성훈의 기세와 위상은 산과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로 매우 위력적이고 감동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안성훈의 역발산기개세 할 정도의 가창력과 감성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특히 무명 신인 시절에는 생계를 위해 가수 활동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때로는 붕어빵을 구워 팔고 일용직 알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주먹밥 집을 운영해야 할 정도로 오갈 데 없었던(nowhere) 피치 못할 궁핍한 처지에 놓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동터 오는 새벽도 점점 가까운 법이다.

안성훈은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전심전력을 다해 노래 실력을 연마하고 그동안 꾸준히 음원을 발표했다. 그 결과로서 이번 오디션에서 최종 왕좌를 차지한 이제 지금(now here) 안성훈은 앞으로 겸손하게 음악적 완성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렇게 실천할 때 먼 훗날 비로소 전국민 안성맞춤형 트로트 가왕의 꿈이 실현될 것이다. 이러한 원대한 꿈의 성취를 위해 열혈팬 입장에서 그리고 과거에 음악 작업을 함께 했던 작사자 입장에서 열렬히 응원한다.

이제부터 안성훈은 오직 노래만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종횡무진 활동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무명 시절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국내 어디든지 팬들이 부르면 달려가야 한다. 늘 겸허한 자세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소통해야 한다. 음악 시장에서 팬덤 없는 가수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변함없이 트롯의 한과 흥 그리고 맛과 멋이 어우러진 노래로 항우처럼 개세지기 하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팬들의 뇌리 속에 시공을 넘나들며 영원히 기억되는 대한민국 대표 가수 안성훈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