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품 상품, 유통기간 임박 상품, 전시 상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퍼브 매장들이 경기불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 남구의 한 반품 매장에 가전 제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
포장 상자 손상이나 미세한 결함 등으로 반품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리퍼브 가전 매장 대표 허모(42)씨는 최근 들어 매출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품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정가 대비 50~60% 이상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하는데도 가전제품 수요 자체가 줄어 손님을 구경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줄어든 만큼 반품 물량도 감소해 리퍼브 제품 가격이 일부 상승했고,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특정 상품을 할인가에 구매하기 위해 일부러 리퍼브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간혹 있었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는 반품 물량이 더욱 줄고 소비심리 위축이 심화하면서 그런 모습조차 보기 어려워졌다.
허씨는 “본사에서 반품 상품을 확보해 대리점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반품 물량 부족으로 판매할 제품이 없어서 매장이 텅텅 비어 있다”며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야 리퍼브 매장에도 활기가 도는데 경기 불황이 지속되니 매장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 반품 물량 감소로 취급 상품의 가격까지 상승해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멀어졌다.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인데 판매가 부진하니 최근에는 적자만 기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품 상품, 유통기간 임박 상품, 전시 상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퍼브 매장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물가 및 경기침체 장기화에 정국 불안 등까지 겹치면서 지역민들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16.76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1.9% 상승했다. 최근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 목표(2.0%)에 근접한 수준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부족, 국제 유가 폭등 등의 원인으로 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14.32% 급등했다.
이에 따라 소득 수준에 따른 지출 양상이 뚜렷하게 나뉘면서 리퍼브 매장의 주요 고객이 되는 서민층의 가정용품 등 지출이 크게 감소했다. 한정적인 소득과 생활비로 인해 필수적인 지출에 집중하고 우선순위가 낮은 항목의 소비는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기준 소비 구간 ‘100만원 미만’ 가구의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 소비 지출은 1만9449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2.2% 감소했다. 세부 항목으로는 ‘가전 및 가정용 기기(-47.3%)’와 ‘가전 관련 서비스(-38.1%)’ 등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지출이 전년 동분기 대비 14.6%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수치다. 이외에도 ‘의류·신발(-8.1%)’, 미용용품 등을 포함한 ‘기타 상품·서비스(-11.9%)’ 등에서 지출이 감소했다.
소비 구간 ‘400만원 이상’ 가구의 ‘가정용품 · 가사서비스’ 지출은 25만9711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9.4% 줄었으나, ‘가전 및 가정용 기기(8.6%)’와 ‘가전 관련 서비스(4.0%)’는 각각 증가했다. 이외에도 ‘의류 · 신발(0.3%)’에서는 늘었고 ‘기타 상품 · 서비스(-0.6%)’에서는 소폭 감소했다.
이에 상인들은 서민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생활용품, 가전, 가구,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대형 반품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매장 운영 초창기까지만 해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생활용품, 가전 등을 구매하기 위해 반품샵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있었으나 지금은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먹고사는 데 꼭 필요한 식품 등을 제외한 소비는 최대한 줄이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지갑을 열 수 있을 만큼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