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환 도의원 |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한전이 눈앞에 적자 해소에만 급급해 성급한 인상 정책을 시행한 점에 있다. 한전은 산업별로 충분한 공감대와 고민, 검토없이 적자 해소를 위해 성급히 전기요금 인상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현재의 농수산업은 존폐위기에 내몰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기요금은 계약 종별로 농사용·산업용·일반용·교육용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농사용 전기요금은 농수산물 가격안정과 농어업 경쟁력 증진을 위해 과거부터 지금까지 별도의 요금으로 나누어 책정해 오고 있다. 이에 농작물 재배, 시설하우스, 저온저장, 건조 및 양식 등 농수산업 분야는 별도의 농사용 전기요금으로 안정적인 생산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작년, 한전은 적자 해소를 명목으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를 도입하였고 각 용도별 전기요금을 모두 인상했는데, 그중 농사용(갑)은 96.9%로 두 배 가까이 인상됐고 농사용(을)은 47%로 역시 상당폭 인상했다. 적자 위기를 이유로 삼고 있지만 사실상 농사용 전기의 판매량은 총 판매량의 3.9% 수준으로 미미하기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는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 정책을 펼치면서 산업별 특수성, 자립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유이다.
한전은 농사용 전기요금에 대해 올해 1월 인상분인 1㎾h당 3.8원씩, 앞으로 2년간 매년 인상을 예고해 향후 농사용(갑)은 2022년 1월 대비 142.7%까지 인상될 계획이다. 특히 농수산업 생산비 중 전기료 부담이 큰 육묘, 시설재배 등을 운영하는 농어업인에게 농사용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은 곧바로 농수산업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켜, 결국은 생업을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또 농수산업 특성상 전기 등 생산비 상승은 영세한 농어업인의 경영압박뿐 아니라,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그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까지 전가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당면한 현재 국민이 느끼는 전기요금의 인상에 대한 체감물가는 상당하며, 농어업인에게는 마치 직격탄을 맞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에 각 지자체, 국회 등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며, 필자도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철회 정부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회에서도 한전 본사를 찾아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전면 재검토와 약관 개정에 대해 건의하기도 했다.
필자는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농사용 전기요금만큼은 인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농가교역조건지수는 2022년 100.4로 전년대비 13.4% 감소했으며, 농가당 농업경영비 비중은 70.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어 농업 경영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농사용 전기요금의 판매 비중도 적어 한전 적자 해소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현행 수준보다 1% 인상될 경우 비효율적인 전력 소비가 약 23% 감소하는 반면, 농사용 전기는 1.7% 감소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농어업 분야는 그 특성상 전력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필자는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감안하여 이미 인상된 농사용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상 차액을 지원하고, 농사용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철회와 농어업인 대상 에너지 절감사업 확대 등 정부 지원책 마련과 변화하는 농어촌 현실을 반영한 농사용 전기공급 약관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수산물은 작은 온도 차이로 생육 장애,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제라도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여 영세 농어업인을 보호하는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