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광국 도의원 |
모두가 알다시피 전남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2018년 약 188만2000명이었던 전남도민은 지난해에 약 182만7000명으로 6만5000여명 줄었다. 18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인구도 2018년 약 45만8000명에서 지난해 약 39만1000명까지 줄었다.
청년들이 한 지역에 정착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일자리다. 내가 집도 사고 결혼도 해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 곳. 청년들은 먹이를 찾아 떠나는 철새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대도시로 떠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남 일자리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호남지방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연간 전라남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전남의 전체 취업자는 101만명이다. 이 중 농림어업 취업자가 23만4000명, 자영업자는 31만5000명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각각 23.1%, 32%인데 결국 전남 취업자의 55%가 농림어업에 종사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것이다. 반면 작년 제조업 취업자는 9만9000명으로 자영업자에 비해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일자리가 농림어업과 자영업으로 양극화된 현실에서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현상을 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또한 심각하다.
도내 곳곳에서 구직자는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풍력, 태양광 등 전남도에서 야심 차게 육성하는 재생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역대 최고의 수주를 받은 조선업에서도 3D업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할 사람이 없어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예정이다.
또한 작년 10월5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선 “광주·전남은 서울보다 고학력 비중이 높은 산업의 비중이 작다”며 청년들이 일할 만한 기업이 없는 열악한 산업구조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고 그나마 농림어업과 자영업이라는 선택지밖에 없는 청년들에게 고향을 떠나지 말라고 하는 것도 무리한 요구인지도 모른다.
결국 일자리 양극화와 미스매치로 인한 인구 유출과 이에 따른 지방소멸의 해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있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실시한 ‘지방 소멸 체감도 및 우선지원책’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절반 이상이 ‘지방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제는 제도권이 나서야 할 때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체는 기업이지만 이들을 유치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의회와 지자체 같은 제도권이다.
서남권의 해상풍력 및 조선산업, 동부권의 철강·화학 산업, 중부권의 바이오산업 등 기반산업과 미래산업을 함께 육성하면서 이를 지원할 일자리 정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특히 올해에만 2654억원에 달하는 전남의 취·창업 및 기업 지원사업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매년 사업별로 투입된 사업예산 대비 성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성과가 부족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일자리 양극화와 미스매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회는 각종 보조금 지급, 세금 감면 같은 혜택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거나, 기업·학계·시민사회 등 사회 구성원과 소통하며 각종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때가 왔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1000년 넘게 이어온 ‘전라도’라는 지명이 사라지기 전에 지역을 살리기 위한 일자리 사업의 혁신과 산업의 육성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