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자산… 고물가에도 착한가격 유지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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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손님이 자산… 고물가에도 착한가격 유지 이유죠”
‘착한가격 업소’ 수미식당 가보니
요일 백반·찌개 등 7000원 고집
“요즘 고물가, IMF보다 힘들어”
광주 196개소·전남 359개소 운영
“고물가 따른 지원책 강화 필요”
  • 입력 : 2023. 03.01(수) 17:43
  •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
지난달 27일 광주 서구 농성동 수미식당에 저렴한 요일백반 등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나건호 기자
지난달 27일 광주 서구 농성동 수미식당에서 이광훈(왼쪽)씨와 박효정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물가가 너무 올라 힘들어도 빚 안 내고 장사하는 것으로 만족해요. 저희한테는 손님이 자산입니다.”

고물가에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착한 가격 업소’가 관심을 끈다. 특히 전남지역은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등 물가 고공행진에도 정을 나누고 있다.

지난달 27일 찾은 광주 서구 농성동 수미식당.

식당을 운영하는 이광훈·박효정 부부는 점심시간 ‘반짝’ 장사를 준비하며 긴장 태세를 갖췄다. 오전 11시30분께부터 손님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자리가 없어 다른 가게로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매장과 배달을 포함해 점심시간 동안 100인분을 팔고 나면 매장 장사는 끝난 셈이다.

14년째 이곳에서 ‘착한 가격’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이씨 부부는 현재 고물가 위기를 “IMF 때보다 힘들다”고 표현했다. 오죽했으면 6000원이던 가격을 지난해 9월 7000원으로 올렸다.

이씨는 “먹기가 미안하다며 밥값을 올리라는 손님들의 요구가 많았고 고물가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 가격을 올려 그저 손님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고 전했다.

손님을 위한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값이 싸면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에 속상할 때도 있었다.

이씨는 “싸다고 질이 안 좋다는 인식은 버려줬으면 좋겠다”며 “매일 아침 양동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매해 사용하고, 착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생활 속 다른 지출을 포기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 부부는 물가가 오른 탓에 수익도 최소인 데다 가스비와 전기 요금까지 올라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을 겪고 있다.

이씨는 “18평 남짓한 가게의 가스비가 평균 17~18만원이었는데 이번엔 30만원이 나왔다”며 “물가가 무서운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부인인 박씨는 “솔직히 남는 건 거의 없다. 남는 걸 계산하는 순간 장사를 할 수 없다”며 “보험료, 세금 등을 내고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주고 이 가게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남는 거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처럼 고물가에도 불구 착한 가격 업소를 유지하는 광주·전남 업소들이 줄지 않고 있다.

광주시·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지역 착한 가격 업소는 각각 196개소, 359개소다.

광주는 2020년 199개소에서 2021년 207개소까지 늘었지만 2022년 196개로 소폭 감소했다. 업소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도 최근 물가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는 게 광주시의 분석이다.

반면 전남지역은 2020년 302개소에서 2021년 319개소, 2022년 359개소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서민들의 지갑 사정을 배려하는 지역의 정인 셈이다.

착한 가격 업소는 2012년부터 물가 안정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서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 제공 업소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착한 가격 업소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전체 메뉴 중 ‘착한 가격 메뉴’가 있어야 하고 인근 상권 평균 가격보다 더 저렴해야 한다. 메뉴 개수, 가격 동결 유지 기간, 이용 만족도, 위생·청결 등 전반적인 평가를 거쳐 선정된다.

착한 가격 업소로 지정되면 각 지자체로부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 상수도 요금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물가상승으로 착한 가격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책을 확대·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씨는 “구청에서 1년마다 쓰레기봉투와 일회용 앞치마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면서도 “식당은 특성상 쓰레기봉투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치마 수량을 줄이고 봉투를 더 줬으면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당 등 착한 가격 업소 참여율을 높이려면 노후 시설 개선, 버스 정류장에 업소 홍보, 지금 같은 상황에는 가스비 지원 등 분기별로 특별한 행사가 필요하다”며 “착한 가격 업소는 자긍심만으로 할 수 없다. 다양한 지원책으로 가게에 참여 동기 부여를 위한 ‘성과’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