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 학생들 이야기 ‘5월, 새벽을 지킨 소년들’ 출판 기념회가 27일 광주 동구 구 전남도청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이정선 시교육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양배 기자 |
1980년 5·18 당시 사망하거나 구속·부상당한 광주와 전남지역 초·중·고등학생 등 청소년에 대한 증언록이 43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광주시교육청은 각급 학교에서 계기교육 자료로 활용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5·18민중항쟁고등학생동지회는 27일 오후 옛 전남도청 별관1층에서 증언록 ‘오월, 새벽을 지킨 소년들’ (본보 2022년 12월6일자 “박금희 열사, 헌혈차량 안에서 총격당해 숨졌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증언록 첫 시리즈는 △1부 별이 된 소년들(사망자) △2부 시민군이 된 소년들(구속/부상자들) △3부 동지가 된 소년들(전남 지역)로 구성됐다. 부록으로 전주 신흥고에서 진행된 5·27신흥민주화운동에 관한 증언도 실렸다.
앞으로도 사망자, 구속·부상자 30명에 대한 증언이 각각 두번째, 세번째 시리즈 책자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번 증언록은 5·18민중항쟁고등학생동지회 관계자들이 수년 동안 본인 혹은 가족 등 주변인의 녹취와 구술 등을 모아 완성했다. 여러 문헌을 참고하고 항쟁 상황판 검증 작업 등을 거쳐 신뢰도를 높였고, 나경택 당시 전남매일신문 사진기자와 김향득 (당시 고등학생) 사진작가의 사진물을 삽입해 현장감을 채웠다.
최치수 5·18민중항쟁고등학생동지회장은 “죽는 날까지 초·중·고 학교 교실을 찾아다니며 5월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사명”이라며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 다른 사실들도 담겨 진실 규명에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당시 학생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생생히 보여줌으로써 현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고(故) 문재학 열사 등 소년열사의 유족들과 열사들의 고등학교 은사들이 기념회에 참석해 청소년 열사의 이야기가 출간된 데 축하의 뜻을 전했다.
대동고에서 전영진 열사를 가르쳤던 박석무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5·18의 진상규명이 엄중한 시대적 과제’임을 강조했다.
박 전 이사장은 “전영진 열사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가 막혔다. 5·18 재단 이사장을 하던 시절에도 전 열사의 묘지를 차마 방문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재작년에야 묘소 앞에 꽃을 놔뒀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을 위해 죽었던 이들이 진정한 5·18 유공자”라며 “당시 소년들은 위대했고, 계엄군은 잔인무도했다. 오늘 항쟁의 주역이었던 소년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이 책에 광주 5·18의 진실이 담겼다. 이 책을 기준으로 진상규명이 다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귀한 교육자료가 발간된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박석무 선생님을 포함해 여러 은사님들의 귀한 가르침 덕에 그날 학생 열사들이 현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며 “광주시교육청도 이 소중한 기록들을 교육자료로 활용해 오월 정신과 그날의 진상을 후세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5·18 항쟁 주역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며 “4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5·18폄훼 세력을 뿌리뽑고 진상규명을 해야하는 과제가 남았다. 하늘의 별이 된 이들에게 진 빚을 갚는 데 전남교육청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5·18민중항쟁고등학생동지회 측과 협의를 통해 각급 학교에 해당 녹취록이 계기교육 교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다. 또 편집에 참여한 위원들이나 항쟁 당사자들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5·18의 진상을 직접 알릴 기회를 만들 방침이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