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옛 도심 르네상스 시대>‘동부경찰서’ 이전 부지, 시민 위한 문화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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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새해특집·옛 도심 르네상스 시대>‘동부경찰서’ 이전 부지, 시민 위한 문화 거점으로
‘광주경찰서’로 문 열어 1982년 완공
연내 용산동 부지 이전사업 가닥
민주화 운동 감시 등 역사적 가치
“금남로 역사성 살리는 공간으로”
  • 입력 : 2023. 01.01(일) 16:51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1972년 촬영된 광주 동부경찰서 전경과 현재의 동부경찰서 전경. 왼쪽 사진에 나온 동부경찰서 건물은 철거됐으며 1982년 현재의 청사가 지어졌다. 여전히 과거 소나무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가기록원·광주경찰청 제공
금남로는 광주를 상징하는 거리다. 1910년대 전남도청이 들어서고 1920년대 도로 개설 공사가 시작되면서 광주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또 1960년대 진행된 도로 확장 공사는 금남로를 경제 번영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1991년 최종 완공된 지하상가로 인해 금남로에는 최대 상권이 형성됐고 웨딩의 거리, 혼수의 거리, 예술의 거리, 다방 거리, 은행가, 서점가, 극장가 등 특정 상권도 탄생했다.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1980년 5월 시민들이 머물던 금남로 일대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그 위치적 중심에는 동구 용산동 이전을 코앞에 앞둔 광주 동부경찰서가 있다. 금남로를 비롯해 동구 동명동, 예술의 거리, 전일빌딩 245,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끼고 중심에 있는 동부경찰서 건물과 부지를 활용, 구도심의 ‘랜드마크’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수십 년째 공회전을 거듭한 만큼 올해는 해묵은 현안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40년 넘은 노후건물… 이전 추진

광주경찰의 종갓집인 동부경찰서의 역사는 194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는 충장로 광주우체국 인근에 일본식 건물로 위치했다. 일제 강점기 산물이었으며 동부경찰서의 전신이었다. 그러다 1945년 11월 지금의 위치로 이전, 해당 위치에 1927년 지어진 건물을 활용해 ‘광주경찰서’로 개서하게 됐다. 이후 1982년 구청사를 철거하고 같은 위치에 지하1·지상4층 규모로 지금의 건물을 재건축했다.

광산경찰서, 서부경찰서, 북부경찰서, 남부경찰서까지 차례로 개서하면서 광주경찰서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1988년 동부경찰서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1980, 90년대 학생운동의 시대가 열리면서 광주 동부경찰서는 그야말로 최루탄 냄새가 마르지 않았다.

증·개축을 거듭하면서 내부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5·18민주광장에서 시위를 하다 잡힌 대학생들이 지금은 없어진 즉결심판을 받기 위한 별도의 유치장에 감금됐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건물도 낡아서 경찰서 이전 이야기는 지난 2008년부터 제기돼왔다. 동구 계림동 구시청 부지, 동명동 옛 광주여고 부지 등 여러 곳이 검토됐고 추진과 무산이 반복됐다. 2017년에 와서야 동구 용구 용산동 11번지 일대가 최종 낙점되고 관련 절차와 협의가 진행됐다.

광주 동부경찰과 동구 등에 따르면 광주경찰청은 371억원을 들여 지난 2017년부터 동구 용산동 산11번지 일원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1만5151㎡)의 동부경찰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구 또한 해당 용산동 부지에 대해 지난 2020년 도시관리계획결정 및 지형도면고시처분을 내렸다. 자치구 관련 행정절차는 마무리된 것이다.

현재 다수 필지 소유자가 광주경찰청이 제시한 토지 보상 조건을 거부하면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갈등이 심화되면서 토지 소유자들은 지난 2021년 9월 광주지방법원에 동구를 상대로 도시관리계획결정 및 지형도면고시처분 등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소송 관련 양측 간 7차 변론이 차례로 진행됐고 항소까지 이어지면서 동부경찰서 이전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항소심 결과에 따라 이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은 오는 19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예정돼있다.

●역사적·지리적 가치 살려야

경찰서가 옮겨간 후 현 건물과 부지의 활용방안도 관심이다. 광주경찰청 소유인 동부경찰서 건물과 부지는 용산동 이전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획재정부 소유로 넘어가는데, 현재로서 정부 주도의 민간매각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동부경찰서의 역사적, 지리적 특징이 무시되고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옛 적십자병원의 사례처럼 광주시가 직접 매입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 방안은 막대한 예산이 문제인데, 정부로부터 사용 권한을 넘겨받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조광철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동부경찰서는 광주 관내 5개 경찰서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경찰서는 광주경찰서가 유일했고 광주경찰서는 동부경찰서의 전신이다”며 “일제 강점기 시절 광주경찰서는 현재 위치가 아닌 충장로우체국 인근에 있었고 1940년 대 넘어 현재의 위치에 이전한 이후에도 광주 중심에서 유일한 경찰서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조 연구실장은 이어 “역사적으로도 지리적 위치가 아주 뛰어나다. 광주의 탯자리다”며 “다들 알다시피 바로 맞은편에 민주화의 심장인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이 있다. 90년대까지 이곳에서 활발하게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 관련 시위가 진행됐고 바로 앞에 있는 동부경찰서는 유치장의 성격이 강했다. 집회, 시위, 민주화 인사 등을 감시하는 정보업무도 활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려 말기 만들어져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는 광주 읍성이 있었던 자리이기도 하다”며 “5·18 관련 역사관들은 이미 있는 만큼 조선시대, 일제 강점기 등 더 과거의 광주 역사를 집대성한 역사관을 광주 중심에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고 말했다.

●광주시민 위한 활용계획 마련을

동부경찰서 활용논의는 하루 이틀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 처음으로 동부경찰서 이전 이야기가 나왔을 때,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일빌딩과 동부경찰서 일대를 문화 특구로 지정해 동부서 등을 이전시킨 뒤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과 특급호텔 등을 입주시켜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주차 수용공간 부족에 따른 주차타워 활용방안도 회자됐었다.

김호균 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은 “동부경찰서 활용방안은 해묵은 현안이다. 2005년께 아시아문화전당 설계계획이 세워지면서 인근 전일빌딩과 연계해 특정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여론이 모아졌다”며 “최대복합쇼핑몰, 주차타워, 호스텔 여러 이야기가 논의됐는데 앞으로 관건은 과거 금남로의 역사성을 살리면서 인구 유입을 꾀하고 관광객들이 체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할 수 있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동부경찰서는 민주인권평화 도시를 자처하는 광주시가 나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동부경찰은 인근에 예술의거리, 충장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일빌딩245 등 주요 거점이 자리하고 광주 구도심 중심이라는 지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적인 성격으로 해당 건물과 부지를 활용한다면 지역 활성화 효과는 클 것이다”며 “관내 공공공간이 부족한 동구 입장에서도 환영이다. 동부경찰 이전이 확정된다면 동구 역시 지역사회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광주가 동부경찰 건물과 부지를 받아낼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부로부터 사용을 허가받거나, 관리 권한을 이전받거나, 매입할 수도 있다”며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가장 가능성 있는 방안은 광주시가 직접 나서 활용계획을 세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