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전경 |
28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2월 광주 A학교와 전남 B학교의 위탁 계약이 종료된다. 광주·전남지역 유일한 병원식 대안교육 위탁기관으로, 두 학교 모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대안교육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이나 극단적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적 어려움으로 학업 중단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교육과 치료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현재 광주와 전남지역 30여명의 학생들이 A학교에, 10여명의 학생들이 B학교에 입원해 상담이나 약물 등 치료와 함께 국어·영어 등 기본 교과목을 공부하고 있다.
과목별로 일주일에 두세시간씩 수업을 듣고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학력이 인정돼 진급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이 같은 형태의 대안교육 위탁기관은 많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과 연계해 운영 중인 ‘병원형 위(Wee)센터’는 전북 두 곳, 대구 네 곳 등을 포함해 총 13곳뿐이다.
병원형 위센터는 학교·교육청·지역사회가 연계해 정신건강 위기 학생들을 통합 지원하는, 교육부의 ‘위(Wee)프로젝트’ 체계 중 하나다.
광주지역 학생들은 내년부터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위탁 종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위탁 기관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내년도 광주 지역 학생 심리지원 등 예산은 약 19억5000만원으로, 이 중 9억7000만원이 학생들의 치료·입원비 지원에 쓰인다. 다만 새 위탁 교육기관이 정해지지 않아, 그에 맞는 예산 역시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시교육청은 당장 오갈데 없어진 학생들을 맡아 치료·교육해 줄 병원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새로운 병원이 정해지기만 한다면, 내년 하반기께 추경예산을 세워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교사 인건비 등 부담을 떠안아야 해 선뜻 나서길 주저한다. 시교육청이 A학교와 B학교에 매년 지원해 온 각각 6700만원, 2500만원의 교육운영비로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학병원 내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많지 않은 점도 사업 진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노정현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관은 “최근 극심한 우울증이나 중증 ADHD 등 응급진료가 필요한 수준의 정신건강 위기 학생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예산이 얼마가 됐든 (대안교육 위탁기관 사업에) 무조건 투자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대구의 병원형 위센터 모델이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데, 광주도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방식을 검토해야 할 때다. 당장 계약 종료 기간이 얼마남지 않은 만큼, 많은 병원들이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