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조재호> Y선생님과 삼백 원어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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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조재호> Y선생님과 삼백 원어치 노동
조재호 초등학교 교사
  • 입력 : 2022. 12.18(일) 16:39
  • 편집에디터
조재호 교사
내게 존경할만한 선생님이 있습니다. 나이는 나보다 스무 살 가량 어린 젊은 Y 선생님이에요. 사람이 같이 일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어느 직종이나 마찬가지일거에요. 학교에서 교사가 존경할만한 교사가 있다면 바로 Y선생님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묵묵하게 해낼 뿐 더러, 자기만의 교육 철학도 확고했어요. 특히 학생들 개개인의 생각을 늘 존중해주며, 학급을 운영하셨는데, 학생 다모임을 운영하셨습니다.

학교 밖에서 보면, 자잘해 보이기만 한 규칙들이겠습니다만, 점심시간에 하는 놀이-경찰과 도둑(경도)―의 규칙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학년 체육대회에서 모든 학생이 참여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종목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와 같은 학생들 생활에서 나오는 문제부터,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심각한 주제들-환경문제와 관련한 재활용 분류문제, 학교에서 다른 아이를 차별 짓는 '모범학생 선정'문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들을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해 나가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나처럼 기성화 된 사람들은 그냥 눈감고 지나가는 좀 민감한 문제들도 지적하면서 고쳐나갔습니다. 심폐소생 관련 연수 시간에 性的으로 부적절한 자료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셨던 분도 Y샘이었고, 관행처럼 여겨지는 관리자의 '지정 주차' 공간에 대해 깜찍하고, 멋진 투쟁(?)을 조직하고 지속해서 해결하셨던 분도 Y샘이었죠. 그러면서도 동료들에게는 늘 친절하고 한 없이 여린 분이었습니다. 작년에 결혼하셔서 예쁜 아가가 태어났다는 소리를 들었고 저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왔었지요.

그런데 얼마 전, Y샘이 내게 전화를 주셨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육아하시면서 학교 다니시기 힘드실 듯 했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본인 말씀으로는 교직 처음으로 소진되고 탈진했대요. 3학년 담임을 맡으셨대요. 3학년이면, 열 살. 보통 대부분 학교에서는 "꿀 학년"이거든요. 아이들이 어려서 말을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사춘기 성향을 나타내지도 않지요. 그런데, 이 3학년 아이들인데 도무지 말을 안 듣는답니다. 휴직을 생각한다고 했어요.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시달리다가 퇴근해 돌 지난 예쁜 아가를 보는데, 아가에게도 짜증을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펑펑 울었다고 했습니다. 휴직을 결심하셨대요.

나이만 많을 뿐 나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지혜롭고 영민한 선생님 이 선생님께 어떤 말을 하겠어요? 그냥 듣다가 집에 왔어요. 그때서야 Y선생님에게 해드릴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50대 남교사가 닳을 때로 닳은 말들이지요. Y선생님이 받는 월급을 제외한 '담임 수당'은 한 달에 13만원. 선생님이 돌보는 '학생'은 20명. 근무일수는 20일. 그러면 각 학생당 하루에 약 300원 가량이 나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으로 그 노동 가치를 매기지요. 그러면, 선생님이 하루에 각 학생당 돌봄 노동을 해주어야 하는 '수당'으로서 가치는 300원 정도에요. 늘 그 정도만 하십시다!!! 사람은 받는 가치 이상을 노동함으로써 소진 되는 거 아닐까요?

나는 이런 속물적인 생각을 '조언'이랍시고 합니다. 어느 사회나 Y선생님 같은 총명하고 존경할만한 분도 있지만, 나처럼 '합리적'(rational)인 사람도 있는 모양입니다. 학생의 성장을 위해 수업 연구 하고, 생활 지도하는 '노동'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 자체가 '교사답지'못하다고 누군가는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게오르규 짐멜이란 철학자는 '돈' 자체가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닌 그 사회가 나눠주는 '위신'과 '권력'을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퇴근해 예쁜 아가의 방긋 웃는 모습을 한참 쳐다보다가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 내린다는 선생님의 그 아름답고 성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가치화'할 수 있을까요? '공무원' 서비스를 받듯, 자녀 문제를 항의해대는 일부 학부모부터, 아무런 방어조치도 해주지 않는 무신경한 관리자들, 무엇보다 "교사가 무능하다"며 교사 탓을 하는 교육부 장관까지, 아무도 우릴 지켜주지 않네요.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켜야 합니다. 소진되지 말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