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된 노후 헬기 수두룩…대형 참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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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수십년된 노후 헬기 수두룩…대형 참사 우려
김진영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2. 12.01(목) 14:01
  • 김진영 기자
김진영 기자
생명을 구하러 출동하는 소방헬기기 오래돼서 정작 생명이 다해 가고 있다. 전남의 산불 진화 업무를 책임지는 임차 소방헬기 얘기다.
이들 소방헬기는 산불 진화는 물론 고층 건물 화재 시 인명구조 등 막중한 임무를 책임지고 있지만 최대 50년이 넘는 노후 헬기가 사용되고 있어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남에서 운용되는 임차 헬기 8대의 평균 연령은 37.9년에 달한다. 정비비용과 가동률 등을 감안할 때 헬기의 적정 교체 주기는 20∼25년이지만 노후 헬기라도 연 1회 검사만 통과하면 운행이 가능해서다.
임차 헬기는 조달청 입찰 방식에 따라 지자체의 선택으로 납품된다.
조달청이 민간항공업체와 계약을 통해 산불 진화용 헬기를 먼저 확보한 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올려놓으면 전남도가 이를 선택해 납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른바 쇼핑몰 단가계약인 셈이다.
하지만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국내 민간 항공업체 보유 헬기 대부분 봄·가을철 지자체의 임차 헬기로 활용되다 보니 물량이 70여 대 남짓 한정돼 있다.
다른 지자체가 먼저 예산 규모 등 조건에 맞는 임차 헬기를 선택해 확보하면 선택할 수 있는 물량은 계속 줄어든다.
지자체별로 임차 헬기 확보전이 치열해 자칫 예산이라도 뒤늦게 확보되면 그만큼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지기 마련이다.
나라장터를 통해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지자체가 노후 기종 여부를 제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노후 기종은 선택의 기준이 아니다 보니 임차 헬기를 운용하는 민간 업체 입장에선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되레 노후 헬기만 선호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단지 1년에 한 차례 확인하는 감항 검사만 통과하면 수십 년이 지난 노후 헬기를 운용해도 문제가 없으므로 기체의 안전성이 확보됐는지 여부는 뒷전 신세로 밀리는 형국이다.
이처럼 산불 예방·진화를 위한 임차 헬기 수요는 늘지만, 공급 여건이 열악한데다 안전 관리 감독을 위한 정부 부처나 지자체 담당 부서 간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규정도 미흡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업체 측은 노후 헬기 사용에 대해 "사용 연한에 따라 부속품을 제때 교체하면 헬기 운항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 임차 헬기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근까지 1년에 한 번꼴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에서도 지난 2017년 화순군 동복면 산불 진화를 위해 보성군 벌교읍에서 출발한 헬기가 꼬리 회전 날개 탈락으로 추락해 조종사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양양 헬기 사고를 계기로 임차 헬기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남도는 연간 58억6000만원을 들여 임차 헬기를 운항하고 있다. 지자체의 수십억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전남도가 직접 헬기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필요시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노후 헬기 교체 주기 확립 등 안전 관리를 위한 제도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지자체와 정부의 제도 개선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