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록(60·택시기사) (47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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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양정록(60·택시기사) (470/1000)
  • 입력 : 2022. 10.27(목) 13:06
  • 최황지 기자

양정록(60·택시기사)

"내가 신혼여행으로 여유가 없어서 제주도를 못 가고 강릉으로 갔어요. 딱 보기에 신혼부부로 보여서 그랬는지 강릉에서 한 택시기사가 우리를 데리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줬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혼여행 사진은 그 택시기사가 다 찍어준 거예요. 우리한테 별도로 돈을 받은 게 아니라 운행 요금만 받았거든요. 나중에 그 사진도 우리 집으로 보내줬죠. 그게 너무나 기억에 남아요. 나도 똑같은 택시기사인데 15년간 누구 사진 찍어준 적이 없었네요.

손님이 타면 '어서 오십시오', '내리면 안녕히 가십시오'. 근데 어쩌다 보면 그 말도 잘 못 할 때가 있어요. 무등산 가자, 금남로 가자, 상무지구 가자 그러면 예하고 내려주고 돈 받고 이렇게 끝이죠.

광주는 관광도시가 아니더라도 택시기사가 관광택시기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택시기사는 광주를 자랑할 줄도 알아야 하죠. 광주가 얼마나 자랑할 수 있는 도시냐 하면 현대사회에서 이런 역사적인 도시가 없거든요. 모두가 가만히 숨죽이고 있을 때 광주가 들고 일어나서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았습니까. 전국적으로 번지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씨앗이 되어서 지금 우리가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시대를 만들었잖아요. 그런 자랑을 하고 싶은데 실은 자랑할 사람이 없었어요.

전주는 한옥마을, 강릉엔 설악산이 있고 광주에는 무등산이 있어요. 그래서 홍보를 잘하면 관광도시가 될 수 있죠. 광주에 살면서 광주를 자랑할 때가 택시기사로서 가장 보람 있습니다."

양정록(60·택시기사)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