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장관, 광주서 강제동원 피해자 면담…의견서는 '철회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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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박진 외교장관, 광주서 강제동원 피해자 면담…의견서는 '철회 안 해'
2일 이춘식 할아버지·양금덕 할머니 자택 방문||"한일 공동 이익 입각해 문제 조속히 해결할 것"||양 할머니 자필 편지 "사죄 받기 전에는 못 죽어"||시민모임 "의견서 철회·사과 없어…매우 유감"
  • 입력 : 2022. 09.02(금) 19:52
  • 강주비 인턴기자

2일 오후 박진 외교부 장관이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자택을 방문해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광주에 있는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을 만나 배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2일 오후 박 장관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98)와 양금덕 할머니(91)의 자택을 차례로 방문했다.

박 장관은 "일제 하에 강제징용으로 고초를 겪으신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 뵙고 가슴에 묻어두신 말들을 경청하러 왔다. 오늘 기탄없이 말씀 해주시기 바란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 강제 징용된 이 할아버지는 박 장관에게 "일본 제철에서 일할 당시 받지 못했던 미지급 임금을 달라고 재판을 했다. 결과는 승소했지만 (배상은 못 받고) '판결문'만 받았다. 우리가 생전에 살아있을 때 일본에서 사과를 하고, 보상도 받을 수 있게 매듭을 지어달라"면서 "장관이 신경 좀 써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이 할아버지의 자녀 이고운 씨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배상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한 자필 편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박 장관은 이어 방문한 양금덕 할머니의 자택에서 양 할머니의 '자필 편지'를 받기도 했다.

양 할머니는 박 장관에게 편지를 직접 소리내 읽어주려 했지만, 노화로 인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이에 박 장관이 편지를 건네 받아 마저 낭독했다.

양 할머니는 편지를 통해 "돈 때문이라면 진작 포기했다.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면서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되나. 일본에서 나를 얼마나 무시하겠나. 만약에 다른 사람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편지 마지막에는 '내 말을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전달해 주라'고 덧붙였다.

양 할머니는 지난달 6일 일본연금기구로부터 후생 연금 탈퇴 수당으로 받은 931원(99엔)을 박 장관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박 장관은 면담을 마친 후 피해자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외교부가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 장관은 "의견서는 그동안 민관협의회를 통해 수렴한 의견들과 그동안의 한일간 외교 활동을 참고해 법원에 보낸 것이다. 법령과 절차에 의해 정당하게 한 것이다. 철회할 생각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7월26일 대법원 재판부에 '한일 양국이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다. 피해자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은 거세게 반발하며 의견서 철회와 사죄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우리는 (의견서 제출이) 위법하다고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왜 피해자들이 아닌 일본 전범기업 편을 드는 의견서를 보냈냐는 것이다"면서 "오늘 만남이 보여주기식 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피해자들의 손을 잡은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다"고 밝혔다.

한편, 박 장관은 피해자 면담을 마치고 국립 5·18민주묘지로 이동해 징용피해자 고(故) 김혜옥 할머니의 묘소를 참배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