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 논설실장 |
'무릇 소금은 백성들이 늘 먹어야 되는 것이다. 비록 오곡이 있어도 맨밥을 먹을 수는 없고 비록 여러 가지 나물이 있어도 나물을 그냥 절일 수는 없다. 소금으로 초와 간장을 만들고 소금으로 육장을 담근다. 소금으로 나물을 무치고 장조림을 만들며 소금으로 국의 간을 맞추고 양성을 조화시킨다. 날마다 먹는 음식 가운데 한 가지라도 소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백성이 필요로 하는 것이 이미 간절하니 국가의 권장이 당연히 흥해야 될 덴인데 한나라 이후로부터 소금에 대한 행정을 까다롭게 하며 이익을 독점했다.' 다산 정약용이 그의 저서 '경세유표'에서 소금 전매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이다. 백성들의 생활에 절대 요소인 소금은 경제이자 정치의 수단이었다.
요즘들어 소금이 전방위 공격을 받는 딱한 처지가 됐다. 넘쳐나는 염분으로 만병의 근원으로 천대받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과연 소금을 적게 먹는 사람들은 장수하고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단명한가. 소금을 거의 섭취하지 않은 에스키모의 평균 수명은 40세를 넘기지 못하고 짠음식을 좋아해 하루 25그램 이상 소금을 섭취하는 독일인들은 가장 장수 국민이다. 소금은 사람과 동물에 몸속에서 신진대사와 소화 작용 촉진 혈관 정화 적혈구 생성에 도움을 준다.
짠 맛은 건강 적신호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기운과 같은 존재이다. 좋은 소금을 먹을 때만 가능하다. 좋은 소금은 미네랄을 많이 함유해야 한다. 소금 함유량은 일제부터 적용됐다. 일제는 소금을 공업용으로 보면서 최대한 염화나트륨(Nacl)성분을 끌어 올렸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자염과 갯벌 천일염에 포함된 미네랄 성분들은 불순물로 여겼다.이온교환수지라는 기계장치로 만든 정제염의 경우 99%이상 염화나트륨을 함유하고 있다.
신안과 영광을 비롯한 서해안 천일염이 건강 염료로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소금 생산에 있어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며 염전 환경은 거의 최신식으로 탈바꿈해 환경친화적이고 생태적인 천일염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관심밖에 있던 갯벌 천일염의 진가가 서서히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게랑드나 일드레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된 갯벌 천일염은 일반 소금에 비해 몇배나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 천일염 생산의 80%이상을 생산하는 신안, 영광을 비롯한 전남도도 천일염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천일염의 우수성에 힘입어 연구 개발도 활발해져 구운소금, 죽염, 천일염에 함초나 해조 성분을 첨가해 가공한 소금 사용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소금, 잘먹으면 약이고 나쁜 소금은 독이다. 신안, 영광, 전남도가 최근 갯벌 천일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서울에서 소금박람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안을 비롯한 전남산 천일염이 세계의 넘버원 소금으로 각광받을 날이 머지 않은 것같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