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선(慶全線)은 경남 밀양 삼랑진역과 광주 송정리역까지 연결하는 길이 277.7㎞ 철도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횡으로 잇는 유일한 철도로 영호남의 교류를 담당해오고 있다.개통때부터 경전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니었다고한다. 1930년 광주역~순천역~ 여수역 구간이 개통되면서 '광려선(光麗線)'이라 불리었다가 이어 1969년 경상도와 전라도구간이 완전 연결되면서 경전선이라고 개칭됐다는 게 코레일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후 경전선은 고속도로 개통과 자동차 보급 확대 등으로 침체의 길을 걷는다. 급기야 2000년 광주역~남광주역~효천역까지의 광주 도심구간이 폐선된다. 이때 경전선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레일과 침목(버팀목)을 걷어낸 기찻길 공간에 나무와 꽃을 심어 숲길을 만들자는 시민, 시민 단체,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2002년 3월 (사)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가 결성돼 광주역~진월동 동성중 8.1km 폐선 구간이 푸른길로 새롭게 탄생했다. 기차 소리가 멈춘 뒤 2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푸른길은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진 산책길이 뚫려 하루 평균 2만여 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는 광주의 명품길로 자리잡았다. 한데 경전선이 경유하고 있는 순천지역에선 요즘 경전선 전철화 사업 땜에 시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나섰다.순천시민 400여명은 지난 22일 버스를 타고 상경해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집회를 갖고 경전선 도심 우회를 요구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현재 열차 운행 횟수가 하루 6회이지만 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면 하루 40회 이상으로 증가한다"면서 "교통체증과 소음·진동 피해, 도시경관 훼손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0분에 한대꼴로 고속열차가 도심을 관통할 경우 경전선이 관통하는 오천동·인제동·장천동·덕암동 일대 시민들은 철도 소음과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고,시내 10곳의 평면교차로에서 교통체증 현상이 초래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경전선(광주송정~보성~순천~광양~진주~창원~삼랑진~부산) 전철화 사업은 현재 5시간 이상 걸리는 단선 노선을 전철화·직선화하는 사업으로, 전남쪽 구간은 뒤늦게 착공돼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정부는 2019년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가 이뤄져, 기존 노선을 그대로 활용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당시 공청회를 거쳤다고는 하나 시늉에 그쳤다는 게 순천시민들의 주장이다. 현재 정부는 도심을 우회할 경우 20km를 신설하고 2500억원의 사업비 증액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우회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노관규 순천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국토부장관을 만나 노선 우회에 따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요구할 예정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순천 도심을 관통할 경우 고압 전철 구조물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게 되어 도심의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특히 순천 고유의 생태도시로서 가치와 위상이 훼손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순천은 순천만을 비롯해 국내 1호 국가정원을 가진 생태도시로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지역이 일군 가치를 정부가 근시안적 행정으로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정부는 단순히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일 수 있지만 순천시민들의 경전선 우회 요구는 자신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생태 보존 운동일 터이다. 광주와 순천을 연결하는 경전선이 어떤 생태 역사를 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