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가뭄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웃픈 현실이다.
중국 쓰촨성 러산시 양쯔강 상류 민장강, 칭이강, 다두강이 합쳐지는 지점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세계 최대 옛 석불인 러산대불(樂山大佛)이 모습을 드러냈다.
러산대불은 당나라 시기 민강(岷江) 옆 높은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 높이가 71m에 달하는 중국 최대 석불이다.
최악 가뭄으로 7000년 전 스페인판 '스톤헨지'와 청동기 시대 건물터, 로마의 네로 황제가 건설한 다리 등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스페인판 스톤헨지, 공식적으론 '과달페랄의 고인돌'로 불리는 이 유적은 이베리아반도의 건조한 날씨로 저수기 수위가 총량의 28%까지 내려가자 저수지 한쪽에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70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1926년 독일 고고학자가 최초 발견했으나 1963년 프랑코 독재정권 치하에서 농촌 개발 프로젝트로 댐이 만들어지면서 침수됐다.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기근을 예고하는 '헝거스톤(hunger Stone)'까지 드러났다. '배고픔의 돌', '슬픔의 돌'로도 불리는 헝거스톤은 강 수위가 역사적으로 낮아졌음을 알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돌에 새겼다.
엘베강의 독일 유역에서 모습을 드러낸 헝거스톤은 161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내가 보이면 울어라'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엘베강의 다른 헝거스톤에는 가뭄이 흉작, 식량부족, 물가 상승, 굶주림 등을 가져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밖에 2차대전 당시 강으로 침몰됐던 폭발물과 군함도 가뭄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탈리아 포(Po)강 수위가 낮이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미제 포탄(450㎏)이 발견됐다. 유럽의 강 중 두 번째로 긴 다뉴브강은 10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하면서 세르비아 항구도시 프라호보 근처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침몰한 20여척의 독일 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쯤해서 의문점이 든다. 그동안 북극 얼음이 녹으면 지구촌 몇개 도시가 물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던 학자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녹아내린 얼음물이 다 어디로 갔길래 수백년 만에 세계 각국 강들이 다 맨바닥을 드러냈단 말인가. 이젠 전 지구촌이 가뭄해갈에 나서야 할 때인가.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