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민(51·창평농협 감사) (45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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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민(51·창평농협 감사) (457/1000)
  • 입력 : 2022. 08.28(일) 14:28
  • 홍성장 기자

김석민

"창평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석민입니다. 딸기 농사와 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교육행정 공무원 아내와 대학생과 고3 쌍둥이를 두고 있습니다. 창평 농협 3선 감사로 농협 일을 보고 있고 손해평가사로 현장 손해평가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21년까지 손해평가 사법인 농재협 전남 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민주화 운동으로 두 번째 옥살이를 하다 경주교도소에서 박노해 시인을 만났습니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꼭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다 부모님이 하고 계시는 일이기도 하고 모두가 떠나는 곳에 나라도 가겠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후 광주 삼도에서 유지훈 선배를 만나 농사를 배웠고 1999년 2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농촌에 들어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농업은 1차 생산만으로 먹고살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자가 가격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 속에서 개인 농업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생각과 실제 농민들은 돈을 벌기 힘든데 자재 판매나 유통을 하는 사람들은 돈을 버는 희귀한 구조가 살아가는 많은 어려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설투자를 하면 이게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수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우리 농업 구조라 생각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농사짓자고 들어왔지만 와이프에게 농업을 포기시키고 공무원 시험을 보게 했던 이유도 두 사람이 농사를 지으며 두 사람 다 빚쟁이에서 헤어나기 힘든 구조적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열심히 하는 분들이 계시고 성공하지만 극히 드물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은 자생하기 힘든 구조라 생각합니다.

손해평가사라는 자격증이 있는 것을 알고 공부를 했습니다. 농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자격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농민들도 알아야 그에 맞게 대응하고 자기 이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손해평가사는 벼, 고추나, 콩, 과수, 가축이나 시설 하우스까지 농작물 관련 전 항목에 대해 재해 시 피해를 면, 부책을 판단해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는 근거서류를 작성 보고하는 역할을 삽니다. 농민들 이익과 결부된 상당한 역할을 하기에 따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자격증 취득 후 그 역할에 어느 정도 충실하려 노력했습니다. 전남 지회장을 하면서 우리 손해평가사들에게도 농민들 관점에서 피해율을 산정하고 아픔에 공감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농민, 농업문제는 구조적 문제이기에 농협 자체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농협이 제 역할을 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농민들과 조합원들에게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석민

농협 감사를 9년째 보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습니다. 농업인들이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권력은 농협입니다. 농협은 농업 협동조합인데 어느 순간 농협에서 농업은 사라지고 금융 사업 곧 예수금을 받아 대출해 주고 이자수익을 내는 신용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농협이 거기에 길들여져 감으로써 농민조합원들 권리와 이익은 축소되어가는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농업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 틀을 바꾸고 작지만 작은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농협이 제자리를 찾아 제 역할을 해나간다면 조합원들이나 농촌 사회에 긍정적 역할들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작은 힘을 보탤까 합니다.

김석민

그 사람을 보려면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라 했습니다. 지금껏 걸어온 길이 농업 관련 한길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로 갈 거라 자신합니다.

또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지금껏 가지고 온 생각과 실천을 통해 만들어온 경험들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스무 살 때 민주화운동을 시작으로 지금 농업인으로 지금까지 내 삶은 내 욕심을 챙기며 살아온 삶은 아니었기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라 다짐합니다. 그 때문에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하는데 그 점에서는 참 미안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광주사람들 김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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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