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그리스 신화 '제우스'의 파란 옷… 하늘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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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그리스 신화 '제우스'의 파란 옷… 하늘의 빛깔
(157) 색채와 시대
  • 입력 : 2022. 07.12(화) 12:30
  • 편집에디터

색채와 고대

기원전 7세기 브라만교를 배척하고, 제식보다는 지식을 중시하여 범아 일체를 주장한 힌두교 철학서인 우파니샤드(Upanishad)에는 색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타오르는 빨강은 불의 색이다. 옛날부터 이것을 알고 있던 족장들과 신학자들은 이제부터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것, 느껴보지 못한 것, 알고 있지 못한 것을 이야기할 수 없다. 우파니샤드 철학자들은 인간의 몸속에 히타(Hita)라는 핏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수천 갈래로 갈라져 있다. 그 속에는 하얀색, 파란색, 노란색, 녹색, 빨간색으로 가득 차 있다."

영국 고고학자인 울리(Woolley, C. Leonard, 1880년~1960년)는 그의 저서인 갈대아의 우르(UR of the Chaldees, 1929. 우르는 BC 3000년경 수메르인이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건설한 도시)에서 고대의 건축물을 태양 및 여러 혹성(惑星)과 관련된 색채상징에 관해 분석하였다.

"현대에 들어와 바그다드와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발견된 '신의 산'이라는 유적에 관해서 적고 있다. 그 건축물은 기원전 23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건축물의 하나이며, 원래는 아브라함(Abraham)이 살던 집으로 추정되었다.

그 건축물은 4층 탑으로 건조되었고, 사당(祠堂)은 푸른 유약을 입힌 타일로 덮여 있다. 건물에 표현된 색들은 여러 가지 신비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으며, 우주와 어두운 지하세계, 인간이 사는 세상과 태양 그리고 천국을 나타내고 있다."

파란색에 대한 선호는 고대에도 있었다. 파란색은 오행 사상에서 동쪽을 가리키는데, 이는 해돋이, 밝음, 맑음과 연관된 상징성을 갖는다. 신화의 세계에서 천지개벽의 첫 순간 빛깔로 파란색을 묘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고대 서양인들은 집안의 가장 중요한 존재였던 남자아이들에게 파란 옷을 입혔다. 그 이유로 아기방에는 악마나 악령이 있다고 믿었고, 하늘의 색인 파랑은 선한 신을 상징하는 아주 강력한 색깔로 여겼기 때문에 그 색을 입혔다.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는 파란 옷을 입은 것으로 묘사되었는데, 이 색은 하늘의 빛깔을 의미한다. 북유럽의 주신(主神) 오딘은 파란 옷을 입었는데, 이 색은 얼음을 상징하는 빛깔이다. 이렇듯 나라나 대륙별로 그 의미가 다르다.

고대회화에서 파랑은 여성적인 색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랑은 기독교 문화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마리아를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빨간색은 예수, 퍼플 보라는 성부, 녹색은 성령을 나타낸다.

제주도 개벽 신화에는 "하늘에서 파란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 물 이슬이 솟아나 서로 합쳐져 음양 상통으로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전해오고 있다.

파란색은 청결과 고독의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평소 꿈꾸고 있는 이상을 나타낸다. 그래서 파랑을 뜻하는 영어 블루(blue)가 '우울하거나 울적한 기분'을 의미한다.

문화예술 기획자/ 박현일(철학박사 미학전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