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현 사회부 기자 |
지난 3일 선거 공보물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20대 여수시민의 말이다. 그는 후보자의 정보나 공약을 확인하기 위해 생산된 공보물들이 되레 '골칫거리'가 됐다고 했다. 막대하게 생산된 양에 비해 실질적 홍보 효과도 저조한데다, 환경을 해칠 쓰레기만 생겼다는 게 그 까닭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지난 1일 종료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 이어 역대 두 번째(50.9%)로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에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은 게 있다. 바로 '선거 폐기물'이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숫자로 보는 제8회지방선거'에 따르면, 벽보 79만 부·공보물 5억7000만 부·현수막 12만8000여 매 등이 선거 홍보물로 쓰였다. 이 가운데 벽보·투표용지·공보물에 쓰인 종이양은 1만2853t이다. 이는 30년산 나무 21만여 그루를 사용해야 만들 수 있는 수치다.
문제는 대부분의 선거 홍보물이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종이 공보물의 경우 비닐 등 코팅으로 제작된 탓에 기타 홍보물에 비해 그 활용이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 소각 또는 매립하는 형식으로 폐기된다. 이 과정에서 환경에도 큰 악영향을 끼친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7회 지방선거(2018)에서 선거 쓰레기 폐기 과정 중 생긴 온실가스량은 약 2만772t이다. 이와 비슷한 탄소 배출량을 내려면 3억5000여 개의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사용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발생한 온실가스 역시 2018년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잠시 사용되고 버려지는 이 폐기물들이 과연 몇 명의 유권자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했을까. 과거에 비해 시대는 급변했고 정보 획득의 창구도 넓어졌다. 이제 대부분의 유권자가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선거 정보를 얻는다. 이 때문에 많은 수의 공보물들은 뜯어지기도 전에 휴지통으로 향한다.
공보물 제작을 멈추라는 것이 아니다. 종이 공보물은 노인·장애인 등 여전히 누군가에게 절실히 필요한 매체다. 무분별한 제작보다 꼭 필요한 유권자에게 배포하거나, 거리 곳곳에 비치해 원하는 이들만 가져가는 등 새로운 변화가 시도돼야 한다.
이와 관련, 광주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선거 홍보물 재생 용지 사용·전자 선거공보물 발송 등 여러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있다"며 "그러나 아쉽게도 논의에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예정된 모든 선거가 끝난 만큼, 이제라도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시대의 변화에 비해, 선거 문화는 수 십 년째 제자리를 걸었다. 이번 지방선거도 그랬다. 2년 뒤 다가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그때는 과연 바뀔 수 있을까. 환경과 유권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