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기자 |
고소한 빵 냄새에 이끌려 들어가 보면 소보루빵, 단팥빵이 바구니에 수북이 얹어져 있었고, 쇼케이스 안에는 다디단 통조림 체리가 올라간 버터크림 케이크가 가득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동네 빵집과는 비교도 안 될 다양한 빵 종류, 쾌적한 내부까지 갖춘 세련된 이름의 빵집들이 나타났다.
동네 빵집을 굳이 찾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쯤 인심 좋은 동네 빵집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는 진한 네이비색 차양이 걸린 대형 제빵 프랜차이즈가 자리 잡게 됐다.
일반적으로 1인 사장님이 운영하던 동네 빵집은 다품종 대량생산의 공장형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경쟁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오랜 시간 갈아온 칼날을 갈아온 이들이 다시 칼자루를 잡게 됐다. 그간의 끊임없는 연구와 차별화된 맛·재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에 힘입어 다시 전성기 때의 인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유명 빵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빵지순례'가 하나의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도 한몫했다. 덕분에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한때 폐업 위기까지 갔던 빵집들은 이제 각자의 차별화된 빵으로 전국에 명성을 날리고 있다.
목포의 코롬방제과, 순천의 조훈모과자점, 함평의 키친205 등. 지역 사람들은 물론, 전남을 넘어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빵집들이 그곳이다. 저마다의 역사성, 독창성이 엿보이는 메뉴, 신선도까지 갖춰 성장한 동네 빵집에는 전국에서 몰린 손님 덕에 웨이팅은 물론, 주문 배송까지 밀려들고 있다.
제빵사마다 사장님마다 맛볼 수 있는 빵의 맛도, 종류도 다르다.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인테리어와 달리 사장님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 있는 독특한 건물도 인증샷의 일부가 됐다.
모든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굴러온 돌이 자리 잡고 있던 돌을 밀어내는 것이지, 굴러오는 돌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박혀 있던 돌이 먼저 자리를 비켜 주는 경우는 없다.
다시 칼자루를 쥔 이상 다시 대형 프랜차이즈에 골목 상권을 빼앗길 수는 없다. 우리 지역의 박힌 돌들이 더 이상 밀려나지 않기 위해 골목상권의 특화 요소를 발굴하고 자생력을 강화하려는 자영업자 개개인의 노력과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한 때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