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5> 도시에 유유히 흐르는 물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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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5> 도시에 유유히 흐르는 물과 예술
  • 입력 : 2021. 11.28(일) 14:57
  • 편집에디터

튜브에 넣어 사용하는 물감이 발명되자 많은 화가들이 작업실을 실내에서 야외로 옮겼다. 화가들은 나뭇잎 위에서 찬란하게 부서지는 햇빛과 강물의 윤슬, 그리고 해가 뜨고 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의 공기를 캔버스에 담아냈다. 순간의 인상을 그린다 하여 '인상주의(impressionism, 印象主義)'라고 불린 이 미술 사조의 정점에는 화가 '클로드 모네'가 있었다. 모네는 특히 자연과 정원을 사랑했다. 화가들의 정원과 예술을 나란히 두고 이야기하게 된 것 또한 정원을 예술 세계의 중심에 두었던 모네의 역할이 컸다.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가 독일과 프랑스 전쟁 후 런던에서 망명 생활 중 네덜란드를 여행하게 되었고 암스테르담 근처에 있는 Zaandam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렀다. 폐허가 된 파리에 사는 동안 모네는 잔담Zaandam 의 고요한 풍경을 여름날 부드러운 빛의 자안(Zaan)강가 주변의 집들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작품에 담

클로드 모네(Claude Monet)_흰색 수련(White Waterlilies)_1899년_© The Bridgeman Art Library

아냈다. 과거-현재를 아우르는 시대의 예술가 및 창작자들에게 살고 있는 주변의 자연환경은 작업에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모네 뿐 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를 가로 지르며 물이 흐른다. 나아가 인류의 역사를 말할 때, 우리는 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인간에게 식수와 농작물 재배 등 일상을 영위해 가도록 했으며 낮과 밤사이 눈을 피해 동물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도시의 랜드마크(land mark)가 되어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되기도 하였다. 과거 그리고 현재의 물은 존재의 이유만으로 '예술의 영감'을 전해주며 많은 창작자들의 작업 속 주제와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는 자연환경의 파괴와 오염으로 더러워진 탓에 악취와 더러워진 도시의 강과 천의 물을 공공 자원의 순환적 의미로 시민들과 사회단체에서 회복하는 예술 캠페인 운동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여러 도시에서 물질적 자원의 명맥을 이어가는 강 또는 물은 또 다른 예술의 자원과 문화 콘텐츠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예술가들은 미술관과 작업실 밖으로 나와 물감과 붓이 아닌 자연과 환경을 재료로 작업을 구상하고, 시시각각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_A-Z Deserted Islands_1999년_©마리안 하더스

'유럽의 3대 미술축제'라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그리고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이다. 도시와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환경과 더불어 문화와 예술을 대하며 치유 받았다.(*비엔날레는 2년 마다, 도쿠멘타는 5년 마다, 그리고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10년마다 열리는 미술축제)

그 중 <2017년 뮌스터 프로젝트Skulptur Projekte Münster(예술감독 카스퍼 쾨니히Kaspar König)>는 10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로로 디지털 혁명에 맞춤한 공공미술의 공감각적 예술의 확장을 유서 깊은 인문학의 도시 '독일 뮌스터'를 배경과 함께 한다. 아이셰 에르크멘(Ayşe Erkmen)의 <물위에서 On Water> 작품은 일상 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도심 속 천(川) 한 가운데를 예술가와 관람객, 시민들이 걸으면서 평소 볼 수 없던 도시의 새로운 풍경을 즐기게 해준다는 개념적 시각예술을 선보이며 감동과 쾌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대도시 공간을 수놓는 공공 조형물이나 환경조각의 통념을 벗어난 4차원적인 작품 이었던 것이다. <뮌스터 프로젝트> 가 동시대적 상황에서 조각과 공공미술의 전망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지만, 그때의 이러한 시도들은 특히 '도시와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한 특별한 예술의 의미를 부여했던 프로젝트였다.

2017년 뮌스터 조각프로젝트_아이셰 에르크멘이(Ayşe Erkmen)_물위에서On Water_2017년

내가 살아가는 자연 환경의 대표적인 곳은 '무등산과 광주천' 이다.

지난 11월 3일부터 13일까지, 광주천(남광교-학림교 사이)을 배경으로 <광주예술천ON 프로젝트>는 '정원(庭園)' 을 주제로 전시, 체험,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광주천을 배경으로 광주 예술가들과 추진되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무심코 지나치는 주변 환경과 자연,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동식물이 청년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작업의 주제가 되어 구현된 것이다.

그렇게 광주천은 광주의 시작이면서도 계속해서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공간이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수많은 동식물 등의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휴식처'이자 '인간과 자연, 공존의 공간' 으로써 광주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부여하며 지켜내야 하겠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속 자연과 광주천의 주변을 한번 더 돌아보고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관람객들의 메모와 의견이 눈에 띄었다.

정승원_구(球) 연작_2021년_ⓒ광주예술천ON프로젝트

설 박_아주 사소한 풍경_2021년_ⓒ광주예술천ON프로젝트

이조흠_새, 수달, 물고기_2021년_ⓒ광주예술천ON프로젝트

김자이_'쏘셜 리서치(휴식의 기술)'시민참여모습_2021년_ⓒ광주예술천ON프로젝트

조은솔_'숨 Exhalation' 시민참여 모습_2021년_ⓒ광주예술천ON프로젝트

김경란_ㅃㅃㄷㄹ_2021년_ⓒ광주예술천ON프로젝트

이번 칼럼의 주제는 우리 삶과 자연 그리고 생명을 생각하게 하는 현대미술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해보았다.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삶과 도시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예술을 통해 매일 변화하는 환경과 자연의 경이로움이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바라보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이렇듯 예술은 우리의 일상 속,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