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습 학생은 노동 착취 대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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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현장 실습 학생은 노동 착취 대상이 아닙니다"
●광주 지역 교사들‧청소년 인권 단체 길거리 수업||실습 도중 사망한 홍정운 군 추모 일환||현장실습제도 맹점 지적 및 폐지 주장||임동헌 교사 “취업보다 교육 우선해야”
  • 입력 : 2021. 10.28(목) 16:07
  • 양가람 기자

임동헌 전자공고 교사는 27일 오후 광주 동구 청소년 삶 디자인센터에서 학생, 시민들 대상 '현장실습제도 폐지'에 대해 강연했다.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가 (현장실습을 하다) 죽었어요. 근데 취업할 방법은 현장실습밖에 없어요.' 현장실습 제도 폐지 주장의 행간을 국가가, 사회가 읽어야 할 때입니다."

전교조 광주지부와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27일 오후 광주 동구 청소년 삶 디자인센터에서 '고(故) 홍정운 학생 추모 및 직업계고 현장실습폐지를 위한 길거리 공개수업' 을 진행했다.

어둑해진 저녁시간대 임에도 고 홍정운 학생 추모객, 노동시민단체 등 50여명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전자공고 노동인권동아리 등 직업계고 학생들도 참석해 세상을 등진 현장실습생들을 애도하고 제도의 문제점을 고민했다.

이날 임동헌 전자공고 교사 겸 노동인권 활동가는 현장실습 제도가 교육을 가장한 미성년자 노동착취구조임을 지적하고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 등을 강연했다.

임 교사는 "1963년 박정희 정권이 값싼 노동력을 얻고자 만든 현장실습제도가 6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며 "인간은 도구가 아님에도 학생들은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김민재군이 작업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다. 2017년에는 전주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일하던 홍수현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리고 올해 여수에서 홍정운군이 작업 중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취업 방법은 현장실습 밖에 없다"며 "숱한 사고에 정부는 현장실습제도를 노동이 아닌 교육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선도기업'이란 걸 만들었다. 하지만 기업들 불만 가중에 선도기업 기준을 완화했고, 그 결과 상당수 학생들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교육이란 명목하에 위험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의 취업보다 학교 교육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임 교사는 "학교에서 좋은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교육 중심 현장실습제도'가 박탈하고 있다"며 "공기업이나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를 얻은 학생들은 재학 중 취업이 확정돼도 졸업 이후에 취업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영세사업장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는 동안 학교에서 배워야 할 지식이나 자격증 취득 등 기회를 놓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실습제도는 폐지하고, 논의의 우선순위를 취업이 아닌 교육으로 옮겨야 할 때"라며 "누군가는 현장실습제도를 안전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실습생은 (노동 현장에서) 학생도, 노동자 신분도 아니다. 노조 가입 자격조차 얻지 못해 부당 대우를 당해도 적극 말하지 못하고 참고 일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임 교사는 고용노동부에도 △취업정보 플랫폼 운영 △취업적합업체 인증 △근로감독 등을 요구했다.

공개강연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고 홍정운 군 추모 문구 등을 쪽지에 적어 판넬에 부착했다.

전자공고 3학년 장우진(18) 군은 "조만간 현장실습을 나가는데, 사망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다보니 두려움이 커진다"며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누군가의 부모님이시다. 현장실습생들을 본인의 자녀라 생각하고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등 단체는 앞으로도 강연 등 소통의 기회를 자주 갖고, 설문 등을 통해 학생 당사자들의 의견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27일 오후 광주 동구 청소년 삶 디자인센터에서 '고(故) 홍정운 학생 추모 및 직업계고 현장실습폐지를 위한 길거리 공개수업'이 진행됐다. 공개수업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고 홍정운 군 추모 문구 등을 쪽지에 적어 판넬에 부착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