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4번째 유라시아 대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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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기획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4번째 유라시아 대륙을 만나다
김현국 탐험가, 모터바이크 타고 네번째 유라시아 대륙 횡단||1996년 세계 최초 기록…세계 최대 탐험단체 정회원 인정||횡단도로 완성 등 다양한 물류루트 확보…‘기회의 땅’으로
  • 입력 : 2019. 12.05(목) 15:32
  • 곽지혜 기자

세계 최초로 모터사이클을 이용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탐험가 김현국씨가 네 번째 유라시아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1996년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에 이은 네 번째 대륙과의 만남. 러시아 횡단도로를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만들어지는 변화 가능성은 그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이번 도전을 통해 '광주 베이스캠프 구축'이라는 목표를 세운 김씨의 네 차례 여정에서 핵심이 되는 주제들을 4가지 키워드로 나눠 들어봤다.

● '최초'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곳을 찾아가 살펴보고 조사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탐험가의 사전적 의미다. '탐험'이라는 말은 '여행'이나 '관광'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여행이나 관광은 그 지역의 연구나 조사보다는 단순 유람을 목적으로, 그 지방의 풍습이나 풍경, 문물을 구경하는 것에 그친다. 그 차이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을 소개할 때 '탐험가'라고 소개한다.

1980년대, 도서관보다는 시위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나는 20대 청년의 열정으로 남과 북이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바라봤다. 그리고 언젠가 통일이 됐을 때 중국과 러시아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과 국경을 맞대는 한반도를 위해 누군가는 시베리아와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자료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890년 우편배달 마차에 안톤 체호프를 태우고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떠난 세 필의 말 대신 현대판 말인 모터바이크를 선택해 1996년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했다. 그렇게 모터바이크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한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네 번째 유라시아 대륙 횡단 중 세계 최대의 탐험단체로 알려진 'The Explorers Club'의 정회원으로 인정받았다.

The Explorers Club은 최초로 그린란드를 탐험한 프레데릭 쿡, 역사학자이자 기자였던 헨리 월쉬 등 모험적인 탐험가들이 주축이 되어 1904년 창설한 협회로, 1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탐험가 협회다.

역대 회원은 1909년 최초의 북극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매튜 헨슨, 1911년 최초 남극 탐험가 로알드 아문센, 1927년 대서양을 비행기로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 등으로 모두 세계 '최초' 혹은 '최고'라는 수식어를 가진 이들이다.

지구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탐험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The Explorers Club 정회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러시아 횡단도로를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자료들을 반복적으로 구축해온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아시안 하이웨이'는 아시아 국가 간 교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 ESCAP)와 아시아 32개국이 함께 추진하는 55개 노선, 총 14만㎞에 이르는 국제 도로망 구축 사업이다.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을 통한 네 번째 횡단은 부산을 시작으로 동해에서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후 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크라스노야르스크~노보시비르스크~옴스크~첼랴빈스크~우랄산맥~우파~카잔~모스크바~베를린~로테르담~베를린~바르샤바~모스크바를 모터바이크로 누볐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돌아오는 길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 지난 5월26일부터 10월16일까지 140일 동안의 장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 여정에서 모터바이크로 이동한 거리는 2만㎞다.

부산에서 시작되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은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북한의 원산과 나진, 선봉을 거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만난다. 그리고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의 끝인 로테르담까지 하나의 길로 이어진다.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은 러시아 횡단도로와 많은 구간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 횡단도로의 완성은 엄청난 역사다.

2010년 당시 총리였던 푸틴은 차량으로 하바롭스크에서 치타까지 2200㎞를 횡단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1만여㎞의 러시아 연방도로가 완성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를 횡단하는 연방 도로의 완성으로 아시아와 유럽이 하나의 길로 연결된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과 함께 그 자리에만 머물 것 같은 유라시아도 점차 새로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네 번의 횡단을 통해 지금까지 달려온 6만5000㎞는 유라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귀중한 자료인 만큼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땅

인구 45억의 거대 시장이자 자원의 보고로서 지구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은 현재로 다가온 우리의 미래다.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끝이 없는 대륙의 길을 따라 주유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주유소와 함께 숙소와 정비소, 휴게소, 트럭운전사들을 위한 샤워 시설 등 복합시설이 끝없는 대륙의 길을 따라 들어서고 있는 이유다.

중앙아시아의 다디단 과일은 북극권에서 필요한 비타민을 공급해주기 위해 툰드라지역까지 올라간다. 이번 여정을 통해 카자흐스탄 침칸트에서 생산된 수박이 3000㎞ 거리의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까지 어떻게 이동하는지 자료화 할 수 있었다.

러시아 횡단도로의 완성과 함께 자동차물류회사도 등장했다. 물건으로 가득 채워진 40피트 컨테이너 박스를 싣고 달리는 대형화물차량의 하루 이동 거리는 무려 1200㎞가량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하루 이동 거리가 1000㎞인 것과 비교했을 때 도로 확충으로 인적자원과 물건들이 이동할 수 있는 다양한 물류루트가 확보되었음을 의미한다.

생산지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자동차를 통한 물류 운송은 열차와 비교해 유연성을 가진다.

하지만 대륙을 횡단하는 데에는 많은 위험 요소도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 눈에 그림처럼 보이는 초원이나 하얀 자작나무, 시베리아 평원의 풀 속에서 자라는 야생딸기는 혹독한 환경을 감당해야 한다. 한겨울의 추위와 한여름의 홍수, 강풍, 번개, 불 등이 그것이다.

혹독한 추위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겨울을 지내고 여름을 맞이한 도로는 곳곳에 구멍과 균열을 만들어낸다. 특히 올 여름에는 폭우까지 쏟아져 빗방울로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로 위의 구멍을 만나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 최근 러시아의 시골 지역에서 술에 취한 젊은이들에 의해 다양한 국적의 모터바이크 여행자들이 살해된 사건도 있었다.

러시아에는 "400㎞ 이하는 길이 아니고, 영하 40도 아래의 기온은 추위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야말로 혹한과 야생이 존재하는 땅이다.

● '유라시아 Complex' in 광주

지난 6월 초 이른 아침, 러시아의 작은 도시 달네레첸스크의 외곽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터바이크 위에 짐을 싣고 있는 누추한 차림의 나에게 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와 "우다치"(행운을 빈다)라는 호감의 메시지를 보내준 한 여인을 통해 러시아라는 나라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땅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알게 됐다.

11개의 시차와 180개 이상의 민족으로 이뤄진 러시아는 1억5000만명의 인구 시장과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땅이라는 자원을 갖고 있다.

현재 모터바이크와 자동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있는 사람들이 1년에 수백 명이고 캠핑족들 대부분의 최종 목표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한번 횡단하기 위해서는 1000만원이 넘는 적지 않는 비용이 들어가지만, 유라시아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대륙을 횡단하려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만명의 회원들이 모여 있다.

이같은 관심으로 서울이나 부산 등에서는 '유라시아 플랫폼'이 조성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기반으로 지역의 한계가 없어진 시대에 광주가 유라시아 대륙 횡단에 베이스캠프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나는 이미 부산에서 암스테르담까지 1만4000㎞를 1000㎞ 단위로 나눠 지선으로 연결되는 곳곳에 12개의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현지인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2개의 베이스캠프는 유라시아 대륙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각각의 베이스캠프로부터 현장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루트를 개발할 수 있다.

이 베이스캠프의 새로운 시작점이 광주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동안 구축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확장된 공간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유라시아 콤플렉스'라는 이름의 광주 베이스캠프를 구상하고 있다.

이곳에서 어떻게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상설전시관을 마련하고 대륙에 어떠한 기회와 위험 요소가 있는지 공부하기 위한 아카데미, 여행자도움센터, 여행자카페, 여행전문도서관, 여행자게스트하우스, 여행축제, 체험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리, 인류, 식물,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과 함께 유라시아 대륙을 항해하는 선단을 꾸릴 계획도 갖고 있다. 대륙의 현장에서 모아진 각각의 자료가 융합의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 영화, 게임, 인터넷모바일콘텐츠, 인터넷교육커리큘럼, 리더쉽, 1인 미디어, 유튜브, 테마파크 등 더욱 확장된 문화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2019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이동 경로.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국내 구간에서.

태평양과 대서양, 북해, 카리브해 등 9개의 바다와 섬 그리고 해협을 통과하며.

통일된 독일을 상징하는 베를린 부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한 소녀와.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