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공방을 주고받을때 '내로남불'이란 말을 자주 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의 줄임말이다. 상대방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 하는 행태를 지적하는 말이다. 사자성어 같아 보이기도 한 이 말은 지금은 정계에서 물러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처음 사용했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직후 여당인 신한국당은 국회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해 '의원 빼가기'를 시작했는데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자, 박 전 의장은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를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렇게 시작된 '내로남불'은 적반하장, 아전인수의 행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정치 용어로 굳어졌다.
최근 내로남불이 '조로남불'이란 말을 낳았다. 보수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행적을 빗대어 쓰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부터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비판하는 '조국+내로남불'의 합성어다. 조 후보자의 딸은 고교생 때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의전원에서는 유급을 당하고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을 탔다. '아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는 의혹이다. 공정을 외치던 조국에 대한 배신감. 2030세대가 등을 돌린 이유다.
과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중엔 실정법 위반이 아니어도 물러난 사례가 몇몇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26년전 내로남불의 원작자인 박희태 전 법무부 장관이 그랬다. 1993년 2월 김영삼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법무부장관에 임명됐던 그는 취임 10일만에 사퇴했다. 이중국적자였던 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인 특례전형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한게 편법 시비를 낳았다. 박 전 장관은 "개혁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물러났다. "실정법에 걸린 게 없지 않느냐"며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청와대와 여권 일각의 상황 인식과는 차이가 커 보인다.
이런 사이 대한민국은 진영간 대결구도에 빠져들고 있다. "조국 힘내세요" 대 "조국 사퇴하세요". 너무 판이 커져가는 느낌이다. 국민이 직접 듣고 판단하는 장의 마련이 유일한 해법인 것 같다. 조 후보자는 소명해야 하고,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검증해야 한다. 유불리를 따지거나 정략적 접근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