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상징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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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욱의 도자이야기
청자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상징과 의미
  • 입력 : 2018. 12.04(화) 14:04
  • 편집에디터

청자의 조형미는 유려한 형태와 청아한 색상, 그리고 그릇의 표면에 그려진 무늬(문양)가 핵심이다. 무늬를 비롯한 청자의 조형성은 다양한 제작 기법과 소재를 보여주고 있어 청자의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표현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도자의 명칭을 결정하는 4가지 요소는 재질과 시문 기법, 문양의 소재, 그릇의 종류인데 이 가운데 시문 기법과 문양의 소재는 바로 무늬의 속성으로 그 만큼 도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도자기의 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재질(청자와 백자 등)이 무엇이며, 어떤 시문기법(음각과 양각, 상감)으로 어떤 무늬(국화문과 용문 등)를 넣었는지, 어떤 형상(사자와 참외 등)에 어떤 용도(대접과 접시, 잔 등)의 그릇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즉, 도자기의 이름은 일정한 약속에 따라 지어지고 있어 이름만 보고도 도자기의 재질과 시문기법, 무늬, 형상, 그릇의 종류를 비롯하여 시대적 특징도 대략 알 수 있다. 또한, 시문 기법은 그릇의 재질과 크기 따라서도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하나의 그릇에 여러 가지 기법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릇을 만드는 시대적 배경과 사용하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다양한 기법과 소재 가운데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한편, 도자기의 세부 설명은 사람의 몸에 비유하여 정리하는데, 아가리 부분을 입술(口緣)이라 부르며 항아리와 병 등 규모가 큰 그릇은 어깨(肩部), 몸통(胴體), 굽 다리 등으로 그 형태를 설명한다. 그리고 다시 입이 넓고 좁고, 목이 길고 짧고, 몸체가 원형인지 반원형인지, 굽다리가 어떤 형태로 깎였는지에 따라 세부적인 이름이 정해진다. 이외에도 보존 상태와 그릇의 무게, 지역성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같은 형태와 기법으로 제작하여 함께 구운 도자도 환경과 품질에 차이가 있다. 즉, 중앙과 지방에 의한 소비층의 차이와 지방 상호간 문화의 차이에 의한 특성, 가마 안에서의 위치,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의한 차이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되어 도자는 완성된다. 따라서 조형성과 지역성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그 시대의 양식과 특성 등에 적합한지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실용성을 갖는 자기에 각종 무늬와 형상이 더해지면서 예술성이 더욱 가미되고 미술품으로서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었다. 따라서 형상과 무늬는 자기의 예술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무늬는 사회가 안정되고 제도가 정비되면서 수요자의 기호에 맞추어 대부분 일정한 양식이 등장하면서 규격화된다. 수요자의 대부분을 이루는 집권층은 자신들이 원하는 견본품을 제시하거나 전문적인 화원을 보내어 자신들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장인들의 독특한 해학성이 반영된 자기들도 남아 있어 다양성도 엿볼 수 있다. 자기에 그려진 무늬와 형상은 예술성과 장식성뿐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과 염원, 사상, 미감, 문화, 사회, 종교 등을 반영한 사회성과 주술성 등을 지니고 있어 내재적 의미를 간직한 정서적 역할도 담당하여 다종다양한 소재의 무늬가 그려졌다. 그 가운데 자연을 소재로 한 내용이 가장 많은데, 이는 우리 조상들이 인위적인 미감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이를 표현하고자 노력하였음을 알려준다. 따라서 우리 선조들이 선호하였던 무늬들에는 선조들의 다양한 바램과 사상이 스며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청자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표현되어 있는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들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청자뿐만 아니라 고려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상서로운 동물을 본떠 만든 상형청자는 전성기 비색청자 시기에 주로 제작되고 있어 고려청자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현재까지 알려주고 있다.

용은 인간이 만든 상상의 동물로 만물을 주관하고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우리말로는 '미르'라고 하며 '물'과 상통한다. 용은 중국에서 유래되었으나 우리 민족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쳐 삶의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으며 지금도 경외로운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용은 봉황과 기린, 거북과 함께 4가지의 영물로 알려져 있으며, 실존하는 어떤 동물보다 최고의 권위를 지닌 최상의 동물이다. 또한, 다른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무기를 모두 갖춤과 동시에 무궁무진한 조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용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역할이 많지만 가장 기본적 역할은 비와 바람의 관장이다. 따라서 농경사회였던 우리 민족에게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여 풍요와 풍어, 선행을 기원하는 대상이었다. 용은 모든 동물들의 왕으로 여겨졌으며 하늘의 명을 받아 천하만물을 다스리는 왕에 비유된다. 이외에 호국과 호법, 호불, 예시자, 천지 조화 등 권위와 장엄, 신성함 등을 지니며 등장한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로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용은 회화와 조각, 공예, 건축 등 모든 미술품에 구현되어 신성함과 권위, 명예, 상서로움을 상징하였다. 청자구룡형정병은 강진에서 출토된 것으로 일반적인 정병과는 달리 9마리의 용을 형상화하여 만든 명품 중의 명품으로 파도 속에서 힘차게 역동적으로 상승하는 용의 모습이 긴박감을 주고 있어 금방이라도 승천할 기세이다. 9마리의 용은 석가모니가 탄생할 때 9마리의 용이 물을 뿜어 목욕을 시켰다는 일화(九龍吐水)에 그 연원이 있어 이 정병은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의 시대적 상황과 무덤의 주인공, 정병을 만들었던 장인의 독실한 신앙심을 함께 엿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봉황은 용과 더불어 대표적인 상상의 동물로 수컷인 '봉(鳳)'과 암컷인 '황(凰)'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고고함과 인애함, 그리고 어진 군주가 나타나 나라가 편안할 때만 나타난다는 전설 때문에 태평성대와 성군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용과 함께 왕실을 장엄하는데 주로 사용되었던 위세품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도교에서는 사후 세계의 수호자이며 유교적에서는 인의예지의 표상이기도 하여 널리 사용되었다. 청자상감봉황연꽃넝쿨무늬대접은 봉황과 연꽃 이외에도 학과 국화 등으로 그릇 전체에 무늬를 화려하게 장식한 고려 후기의 대표작이다. 기린은 수컷인 '기(麒)'와 암컷인 '린(麟)'이 결합된 상상의 동물로 뿔이 하나 있어 일각수(一角獸)라고도 불린다. 은혜와 선의, 풍요를 상징하며, 현인이나 뛰어난 성군이 태어나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 남달리 총명한 아이를 '기린아'라고 부른다. 매우 온순한 동물로 뿔은 부드러워 인애를 상징하며, 뿔이 한 개 밖에 없는 것은 한 사람의 위대한 군주 아래 세계가 통일되는 것을 의미한다. 오행과 오덕을 구체적으로 상징하여 다섯 가지의 색깔을 갖추고 있다. 용의 머리에 사자의 갈기, 수사슴의 몸통, 황소의 꼬리를 가진 복합 동물로 묘사된다. 청자기린형향로는 향을 피우는 부분인 몸체와 기린이 꿇어 앉아 있는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다. 향의 연기는 벌려진 기린의 입을 통하여 뿜어 나오도록 만들어졌다. 비취색 특유의 은은한 색상이 품위를 높여주는 전성기 청자를 대표하는 명품이다. 거북은 현생 동물이지만 기린 등과 함께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제왕의 출현 등 미래를 예언하는 것으로 알려져 등딱지를 태워 점을 치는 귀복(龜卜)의 풍습이 있었다. 또한, 십장생(十長生) 가운데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며, 반드시 은혜를 갚는 동물로 알려져 우리 민족에게 널리 사랑받았던 동물이다. 거북형주전자는 불교의 상징인 연꽃 위에 앉아있는 거북을 형상화했는데 물을 넣는 수구(水口)와 물을 따르는 부리, 몸통, 손잡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 뒤로 꼬아 붙인 연꽃 줄기는 그대로 손잡이가 되도록 만들었다. 등 중앙에는 섬세하게 표현된 작은 연꽃잎을 오므려 그곳에 물을 담도록 하였다. 정교하면서도 부드럽게 숙련된 솜씨로 만든 전성기의 명품 주전자이다.

사자는 두려움이 없어 모든 동물의 왕으로 신격화되거나 물러서지 않는 용맹함 때문에 수호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사자는 제왕과 성인의 위력에 비유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사자를 부처님에 비유하여 설법하는 최상의 높은 자리를 사자좌(獅子座)로 부르며, 부처님의 설법을 사자후(獅子吼)라고 말한다. 청중을 압도하는 열변을 사자후라 부르는 유래이다. 따라서 사자는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 왕실뿐만 아니라 불교에서도 선호되었던 소재였다. 청자사자형향로의 뚜껑은 대좌에 앉아있는 사자형으로 대좌에는 꽃무늬를 시문하였다. 사자는 입을 벌린 채 한쪽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앞을 보고 있는 자세이며, 목 뒤쪽과 엉덩이 부분에는 소용돌이 모양의 털이 표현되었고, 꼬리는 위로 치켜 올려 등에 붙인 모습을 하고 있다. 몸체에서 피워진 향이 사자의 몸을 통하여 벌려진 입으로 내뿜도록 되어있는데, 아름답고 단정한 모습에서 청자 절정기의 품격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원숭이는 인간과 생김새와 행동이 가장 닮은 동물로 호기심과 꾀가 많고 재능이 많다. 원숭이는 우리 나라에 없는 동물로 장수와 부귀, 지혜, 기교, 화합 등을 의미하고 있다. 새끼가 위험에 처하면 기꺼이 뛰어들 만큼 강한 모성애을 지니고 있어 가족 사랑을 상징하며, 손오공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불교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원숭이의 한자인 후(猴)와 봉건 제후의 후(侯)가 발음이 같아 입신양명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청자원숭이형연적은 어미와 새끼 원숭이를 형상화하였는데 손가락과 발가락은 사이사이를 파내 도드라지게 표현하였다. 어미 원숭이의 엉거주춤한 자세와 보채는 새끼의 모습을 통해 원숭이 모자의 사랑을 재미있게 묘사하여 원숭이가 갖는 모성애의 의미를 쉽게 전달하고 있다. 원숭이 모양의 연적은 매우 희소한데, 특히 모자가 함께 표현되어 있어 더욱 중요한 자료이다. 학은 고고한 기상을 지니며 몸을 닦고 마음을 실천하는 이상적인 성품의 선비를 상징하여 왔으며, 십장생 가운데 하나로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대표적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또한, 행운과 풍요를 상징하여 그림이나 시의 소재로 즐겨 채택되었으며 다양한 미술품에 등장하는 친근한 동물이다. 청자상감매죽학문매병은 바람에 흔들리는 가늘고 긴 매화와 대나무을 배경으로 위에서 내려오거나 올라가는 모습과 땅 위에 서 있는 율동적인 3마리의 학들을 섬세하고 회화적인 수법으로 그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을 주는 청자로 고려시대의 높은 회화 수준을 알려주고 있다.

오리는 장원급제를 상징하는 동물로 오리 '압(鴨)'를 나누면 '갑(甲)'과 '조(鳥)'가 되는데 갑은 으뜸을 나타내는 것으로 장원급제를 의미한다. 또한, 오리가 노니는 연못에 있는 연밥은 한자로 '연과(蓮顆)'인데 잇달아 합격한다는 뜻의 '연과(連科)'와 발음이 같아 향시(鄕試)와 전시(殿試)에서 모두 장원급제하라는 의미로 과거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오리형연적은 물 위의 오리가 연꽃 줄기를 물고 있으며 등의 연잎으로 장식된 부분에 물을 넣을 수 하였는데 구멍은 연꽃 봉오리의 작은 마개를 꽂아 막았다. 물을 따르는 부리는 주둥이 오른편에 붙어 있다. 한 손에 잡히는 알맞은 크기에 깃털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한 명품으로 과거급제의 기원까지 담겨 있어 당시 귀족층에게 사랑받았던 문방구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고 '어(魚)'의 중국식 발음이 '(餘)'와 같아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여 고려시대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까지 도자기의 문양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또한, 언제나 눈을 뜨고 깨어 있는 특성으로 근면 성실을 의미한다. 특히, 잉어는 용문(龍門)을 뛰어올라 용이 된 '등용문' 고사로 입신양명을 상징하여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청자상감물고기문접시는 강진을 출발하여 무안 도리포 해저에 매납된 것으로 고려 후기 청자의 변천과 유통과정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이와 같이 청자에 표현된 동물들은 단순한 무늬나 장식이 아닌 어진 군주와 태평성세, 입신양명, 부귀영예 등을 상징하고 있어 고려시대의 문화와 사회 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청자구룡형정병(일본 야마토문화관(大和文華館)

청자상감봉황연꽃넝쿨무늬대접(국립중앙박물관)

청자기린형향로(국보 제65호, 간송미술관)

청자거북형주자(국보 제96호,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사자형향로(국보 제60호,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원숭이형연적(국보 제270호, 간송미술관)

청자상감매죽학문매병(보물 제1168호, 국립진주박물관)

청자오리형연적(국보 제74호, 간송미술관)

청자상감물고기무늬접시(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