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개봉돼 화제를 모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는 일반 대중과 판소리의 간극을 좁히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청준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 한을 맺고 푸는 사람들의 삶, 우리 소리의 느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영상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소리의 뛰어난 예술성을 알리는데도 성공했다. 이 영화는 1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로서는 최다 관객을 불러 모았다. 주연을 맡은 오정해는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일반인들이 판소리의 유파를 크게 동편제와 서편제로 구분한다는 사실을 안 것도 이 영화 때문이다. 그러면 동편제와 서편제는 어떻게 다른가. 동편제는 지역적으로 볼 때 전라도 동쪽 산간인 남원과 구례 등에서 전승된 소리다. 서편제는 보성ㆍ진도 등을 중심으로 전승된 소리다. 그래서 동편제를 '산소리', 서편제를 '마당소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섬진강은 동편제와 서편제를 지역적으로 가르는 경계다.
음악적 요소에서도 동편제와 서편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동편제는 웅장한 느낌의 우조가 주조를 이루고 서편제는 서글픈 느낌의 계면조가 주조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동편제가 담백 웅장하다면 서편제는 화려하고 기교를 부리는 것이 특징이다. 동편제는 양반 식자들이 선호했고 서편제는 서민 취향이다. 동편제 창법에 잘 어울리는 것은 적벽가이고 서편제 창법에 맞는 것으로는 심청가를 꼽을 수 있다.
동편제의 비조는 남원 출신 송흥록이다. 그의 소리는 동생 송광록과 그의 아들 송우룡, 손자 송만갑 등으로 이어지면서 꽃을 피웠다. 구례에서 활동한 송만갑(1865 ~1939)은 동편제를 완성시킨 명창이다. 서편제의 비조는 보성에서 활동한 강산 박유전(1835~1906)이다.
10월은 소리의 계절인가. '제6회 동편제소리축제'가 동편제의 본고장인 구례에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펼쳐진다. 소리꾼들의 등용문인 제18회 송만갑판소리ㆍ고수대회도 함께 개최된다. 이에 질세라 오는 24일부터는 '제17회 서편제 보성소리축제'가 서편제의 본고장인 보성에서 열린다. 판소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번씩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동편제와 서편제는 우리 전라도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박상수 논설실장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