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비리 고발 후 삶이 뒤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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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비리 고발 후 삶이 뒤틀렸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신자' 낙인 공익제보자
의인상 수상하고도 직장에선 왕따 "출근길이 지옥길"
신분 쉽게 노출돼 곤욕… 허점 투성 보호법 보완 절실
  • 입력 : 2017. 12.01(금) 00:00
조직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공익제보자'들의 용기로 우리사회는 정의로운 민주사회로 발전해가고 있다. 하지만 공익제보자들은 '배신자'로 낙인 찍히고 보복을 당하는 등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도 6년이 지났고 수차례 개정됐지만, 실효성이 없다.'공익제보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수정ㆍ보완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의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공익제보자'들의 외로움 싸움

최근 참여연대의 '2017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명윤(41)씨는 지난 7월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에서 발생한 80대 치매 노인 폭행사건을 고발한 '공익제보자'다. 병원 측이 병원 3층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영상을 폐기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알렸다. 이로인해 지난 9월 병원 관리과장이 구속됐고, 이사장도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내부고발 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출근길은 '지옥'과도 같았다. 친했던 동료들은 그에게 모두 등을 돌렸다. 아무도 말을 붙이지 않았고,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병원 관리업무를 담당하던 이 씨에게 병원 측은 어떠한 일도 맡기지 않았다. 이 씨는 "저처럼 내부고발 이후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례가 많으면, 사람들은 범죄행위를 알면서도 진실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선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학교생활기록부 조작 사건을 제보한 광주S고교 A교사도 인적사항이 학교에 노출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광주시교육청이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교직원들을 징계하도록 학교 재단에 요청하는 과정에서 A씨가 내부 고발자였다는 사실까지 함께 알린 것이다. 이후 A씨는 광주시교육청 쪽이 제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다며 직원 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빈틈 투성이 '공익신고자 보호법'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지금껏 수차례 개정됐지만, 관련 법안은 허점 투성이다. 경찰ㆍ검찰에 고발할 경우, 실명으로 제보해야 하는 탓에 신원이 알려지기 일쑤다. 관련 소송이 끝나고서도 사내 따돌림을 받거나 부당하게 인사발령을 받고 퇴사해야 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한다.

 김용집 광주시의원은 "제보자의 신분을 외부에 알리고, 제보자에게 부당행위를 할 경우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개정(2017년 10월31일)된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30조(벌칙)에 따르면 '공익침해 행위, 피신고자의 인적사항 등을 포함한 신고내용을 공개하게 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제보자의 신분을 공개한 사람을 색출하기 어렵고, 현재까지 처벌받은 사례도 없다. 때문에 제보 사실을 공표하고 따돌리는 행위를 처벌하기에 앞서, 고발 시 제보자를 익명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여연대 유동림 간사는 "제보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선 익명으로 신고하도록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며 "'변호사대리신고제'가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변호사가 위임받아서 대리 신고하고, 신고 절차를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익제보자들에 구조금 지원과 재취업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 간사는 "제보자의 신분이 노출돼 퇴사해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생계 어려움을 겪게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호 변호사는 "공익신고자 보호 관련 토론회를 열고 대학 교수, 인권단체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모으고, 외국의 입법사례를 참고해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이성 참여자치21 운영위원장도 "아직까지도 사회에선 내부고발자를 '고자질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공익제보자를 바라보는 편견을 없애고 사회적 의식을 개선해, 공익적 제보가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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