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타큐슈는 주력 사업인 탄광촌이 폐광되면서 가난과 실업에 시달리다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를 유치해 연간 1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부자 자치구로 성장했다. 기타큐슈 홈페이지 |
광주시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광주 자동차 100만대 생산 기지조성사업에 투입될 예산 353억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내주 중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평가에서 통과될 경우 자동차 100만대 생산 기반조성에 국고 반영 여부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의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353억원의 정부 예산이 배정된다고 해서 광주에 자동차 100만대 생산의 토대가 만들어 질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 먼저 유념해야 할 것은 자동차 100만대 생산은 광주의 가장 확실한 미래 먹거리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광주와 유사한 일본의 기타큐슈 사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기타큐슈의 경우 과거 철강, 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도시이자 탄광촌이었으나 해당 사업들이 크게 위축되면서 도시 전체가 가난과 실업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 150만대를 생산하게 되면서, 실업률은 제로에 가까운데다 수조원대의 지방세가 걷히다 보니 중앙정부로부터 자유로운 자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박태훈 오사카 시립대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있는 지역은 풍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광주가 만약 자동차 100만대 생산을 달성한다면 그동안 받아왔던 역사적 차별이나 경제적 낙후성을 한번에 일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광주에 자동차 100만대가 생산될 경우 그동안 외부지역에 있던 1차, 2차, 3차 부품업체들 다수가 광주로 올 수밖에 없어 어떤 방식으로든 광주는 부강해질 기회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저 꿈에 불과한 이야기다.
일본 기타큐슈의 경우 중앙정부가 10년에 걸쳐 8000억여원의 지원을 투입했고, 기타큐슈 역시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자동차산업에 지원금 전액을 투자했다. 여기에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 지원, 임금 삭감, 부지 지원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광주의 경우 자동차 100만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현대기아의 공장 증설, △외국 자동차 업체의 유치, △가솔린 이외의 자동차 생산 등의 방법이 있다. 허나 가솔린 이외의 자동차의 경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아이템이다. 전세계적으로 수소차ㆍ전기차의 연간 생산율은 50만대,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기술을 가진 일본 닛산도 15년 뒤에나 본격 상용화를 내다보고 있다. 또 외국 자동차 업체 유치의 경우 굳이 싼 임금과 넓은 부지의 중국을 놔두고 광주로 올 가능성은 전무하다.
남은 것은 현대기아차의 공장 증설뿐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광주 공장을 증설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결국, 광주가 자동차 100만대 생산하려면 특혜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현대기아차에 '올인'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닭을 데려와야 달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자동차 100만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광주시의 모든 주요 사업을 일시 정지하고 현대기아차가 1조원대에 달하는 공장을 요구하면 공장을 만들어 주고, 세금도 낮춰주며, 기타의 여러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이 외의 다른 방법은 현재로서는 모두 막혀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100만대 생산 유치 사업은 '고' 아니면 '스톱'의 절체절명의 지점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타큐슈=노병하 기자 bhr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