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이슬 문화평론가 |
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마음에 갇히다 보면, 정작 더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관계의 회복은 상대를 탓하는 데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마음이 다쳤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마음의 문을 닫는다. “네가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해.”라는 생각에 갇혀, 내 안의 상처만 반복해 되새기곤 한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오히려 서로의 거리만 더 멀어지게 만든다. 진심 어린 관계는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여정’이어야 한다.
때로 우리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워서 회피한다. 그래서 순간의 방어기제로 거짓말을 하거나, 아무 일 없는 듯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회피와 침묵은 문제를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불씨로 남게 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동료와의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상대를 탓한다면, 그 순간은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신뢰는 무너지게 된다. 신뢰가 깨진 관계에서는, 아무리 성과가 좋을지언정 함께 걷는 길이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오해, 형제자매 간의 상처도 결국은 솔직하지 못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아이가 실수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을 때, 관계는 점점 틈이 벌어지게 된다. 위기를 넘기는 데 급급해 진심을 놓치면, 결국 남는 건 서로에 대한 실망뿐이다.
또한 누구나 한 번쯤 친구와의 약속에 늦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차가 막혀서’라는 흔한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핑계가 반복되면, 친구는 ‘늦은 행동’보다 ‘성의 없는 태도’에 더 실망하게 된다. “시간을 잘못 계산했어. 미안해. 다음엔 더 신경 쓸게.”라는 한마디 진심 어린 사과는, 때로 어떤 이유보다 더 큰 신뢰를 만들어낸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은 결코 나약함이나 이기고 졌다의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성찰할 줄 아는 용기이자, 건강한 관계를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특히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한 발 물러나 내가 놓쳤던 부분을 돌아보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태도는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힘이 된다.
관계는 혼자의 힘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고, 차이를 이해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려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유대가 자라난다.
먼저 사과할 수 있는 사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관계를 아름답게 이끄는 사람이다. 우리가 먼저 성숙한 태도로 다가설 때, 비로소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지금 이 글을 있는 독자 곁에 있는 누군가와 관계가 조금 어색하다면, 잠시 멈춰 나 자신을 돌아보라. 그리고 진심을 담아 먼저 말 건네보기를 권유한다.
“내가 부족했어. 미안해.”
그 한마디가 관계를 다시 잇는 따뜻한 시작이 될 수 있다.
그 한마디가 관계를 다시 잇는 따뜻한 시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