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힘으로"…광주·전남 세월호 추모열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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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기억의 힘으로"…광주·전남 세월호 추모열기 '고조'
11주기 맞아 '시민 분향소' 운영
"참사반복 막자"…연일 애도발길
추모·기억 공간도 잇달아 마련돼
"반성과 책임이 안전사회 첫걸음"
  • 입력 : 2025. 04.13(일) 18:34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13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기억하고 행동하는 광주시민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광주청소년촛불모임과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이 12일 운영을 시작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기억하고 행동하는 광주시민분향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윤준명 기자
전 국민에게 깊은 충격과 슬픔을 안겼던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앞두고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시민들은 참사의 아픔을 되새기며, ‘안전사회’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드러냈다. 추모주간을 맞아 지역 사회 곳곳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시민 참여 행사와 기억의 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찾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한켠에 마련된 ‘기억하고 행동하는 광주시민분향소’.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앞두고, 광주청소년촛불모임과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이 개소한 분향소에는 첫날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 탓에 예정됐던 일부 추모행사는 취소됐지만, 분향소를 찾은 많은 이들은 헌화와 오랜 묵념을 통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추모의식을 마친 후에는 정성스럽게 추모엽서를 작성하며 그날의 충격과 고통을 되새기기도 했다. 편지에는 ‘안전한 사회 조성’, ‘참사 재발 방지’ 등 깊은 염원과 함께 당시 희생자 중 대다수였던 고등학생들에 대한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승원(54)씨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로 남았다. 특히 자녀뻘 되는 학생들이 대다수 희생돼 충격이 더욱 컸다”며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형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모두가 마음을 모아, 더 이상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희생자들의 사진 앞에는 국화꽃이 수북이 쌓였고, 비를 피하며 갈 길을 재촉하던 시민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사진 속 앳된 얼굴들을 한참을 지켜보며 아픔을 상기하던 시민 중 일부는 마음이 저린 듯 가슴을 부여잡거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용히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김세진(26)씨는 “사고 당시엔 언니, 오빠였던 희생자들이 이제는 우리보다 훨씬 어린 학생들이 됐다”며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 전반의 관심과 약속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영백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장도 이날 분향소를 지키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김 지부장은 “참사 유가족으로서 희생자들과 사고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왔다”며 “다시는 대형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회 전반이 힘써야 한다. 기억의 힘만이 참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13일에도 분향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계속됐다. 친구와 가족 등과 함께 찾아온 시민들은 참사 재발 방지의 바람을 담아 헌화를 이어갔다.

정향옥(53)씨는 “당시 회사에서 일하던 중 충격적인 비보를 접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참사 이후로도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동영상이나 메시지를 접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곤 했다”며 “새로운 지도자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기억·추모 활동을 이어온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소속 활동가들은 분향소에서 행인들에게 노란리본을 나누고, 엽서 작성을 돕는 등 상주로서 시민들의 추모를 지원했다.

전정풍(44)씨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유가족들의 아픔에 연대하고 싶어 상주모임에 뒤늦게 합류하게 됐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미완의 과제”라며 “국가는 참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곧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주간을 맞아 시민분향소 운영과 더불어, 지역 사회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추모 행사와 기억의 공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14일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앞에서의 추념식을 시작으로, 15일 오후에는 광주 남구 백운광장과 서구 신암근린공원에서 기억문화제를 비롯한 전시 프로그램이 열린다.

당일인 16일에는 세월호 선상 추모식과 기억식, 동구 5·18민주광장에서는 예술인 행동 및 문화제, 그리고 동별로 진행되는 피케팅 등이 진행된다. 16일 이후로도 광양과 팽목항 등에서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등 지역 사회 전반에 걸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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