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2022년 제작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주인공 ‘서래’와 ‘해준’이 고찰에서 보낸 템플스테이다. 조계산 북서쪽, 송광사에서 만난 두 사람이 보여준 비 내리는 절 집의 고즈넉함은 영상미의 압권이었다. 서래의 고백이 이뤄진 우화각, 서로의 고백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침계루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마치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듯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송광사를 선택했다’는 박 감독의 인터뷰처럼 아름다운 풍광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절 집에서의 만남은 영화를 영화답게 만든 최상의 선택이었다.
번잡한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비우는 템플스테이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으로 하는 발우 공양,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울력, 고요한 사유로 해탈의 길을 찾는 참선 수행도 ‘진짜 한국’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바람소리, 물소리, 예불소리 등 절 집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도 도심에서는 얻기 힘든 새로운 경험이다. 숲 체험이나 갯벌 탐사, 야생녹차 만들기 등 체험형부터 자연과 호흡하고 참선이나 예불 등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휴식형까지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템플스테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이용자가 62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조계종도 템플스테이의 핵심 콘텐츠인 사찰음식을 국가무형유산에 등재시키는 것을 목표로 국가유산청과 협의 중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약자와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나눔의 템플스테이’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 템플스테이’도 새로운 변화다. 일상을 떨치고 잠시나마 맛보는 항상심 (向上心)과 돈이나 명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무욕(無欲)은 참다운 나를 찾는 작지만 의미 있는 여정이다. 또 다른 한류로 떠오른 템플스테이, 한국의 21세기를 이끌어갈 템플스테이의 변화가 반갑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