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고통·혼란·슬픔의 허물' 벗고 다시 힘찬 도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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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신년특집>'고통·혼란·슬픔의 허물' 벗고 다시 힘찬 도약을
●푸른 뱀의 해 띠풀이
뱀, 불사·영생·풍요·재물 상징
지혜·신중함 보여주는 전설
뱀띠, 온화하고 인내심 강해
을사년, 창조적 에너지 풍부
새해 빈틈없는 처세력 필요
  • 입력 : 2025. 01.01(수) 18:26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장현우 작
장현우 작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석사 현대미술 예술가 예술경영·기획·도시재생 전 담빛예술창고 관장 수묵비엔날레 운영위원 나주시 문화예술 특화 기획단장
뱀에 관한 사자성어 중 ‘상산사세’(常山蛇勢)는 상산에 사는 머리가 두 개인 뱀의 기세를 뜻한다. 적의 공격에 서로를 도우며 빈틈없이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이 머리를 치면 꼬리가 덤비고 꼬리를 치면 머리로 반격하며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반응해 서로 돕는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이 사자성어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사회에도 절실한 말이다. 경제가 어렵고 정국의 갈등과 혼란은 극에 달했다. 최근 일어난 비극적인 항공기 참사는 멍든 대한민국의 가슴에 더욱 상처를 남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야의 조속한 대처와 한마음으로 서로를 돕는 국민들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이 2025년을 비춘다. 올해는 육십간지의 42번째로 청색의 ‘을(乙)’과 뱀의 ‘사(巳)’를 상징하는 ‘청사(靑蛇)의 해’이기도 하다.

‘뱀띠’는 태양을 상징하는 병화(丙火)의 천간을 가져 남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도와주는 성향을 가졌다. 마음에 병화, 태양을 품고 있는 이들은 잠재력이 뛰어나다. 허물을 벗는 뱀의 특성을 닮아 어떤 자극을 받으면 반드시 해내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번의 깨달음을 거쳐 성숙해지는 경향과도 연결된다. 촉이 좋은 것도 뱀의 특성이다. 감으로 땅속을 휘젓고 다니는 생활은 촉이 뛰어남을 뜻한다.

사주에서 뱀띠인 사람은 온화하고 인내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끈기가 있어, 한번 시작한 일을 끈질기게 해내는 성향으로 본다. 이 같은 승부욕으로 인해 작은 일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

뱀은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 우리 민족은 이것을 불사(不死)와 영생(永生)의 상징이라 여겼다. 이 때문에 뱀은 죽은 이의 재생을 돕는 무덤의 수호신, 지신(地神)으로도 인식됐다.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은 풍요와 재물을 몰고 오는 가복(家福)의 신으로 여겨져 생명 탄생과 치유의 힘을 상징한다. 또 지혜와 예언, 끈질긴 생명력 등을 뱀으로 표현한 경우도 많다.

뱀은 설화에서 두려운 존재로 나오는 등 악역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고 현실에서도 징그러운 동물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 관례다. 하지만 민속신앙에서 뱀은 불사와 영생, 풍요와 재물을 상징하는 영물로 여겨진다. 뱀의 지혜와 신중함을 보여주는 전설이 전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불교에서는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을 뱀신이라 한다. 무지한 인간들을 일깨워 지혜의 등불을 밝혀주고 일체의 병으로부터 완전케 해줌으로써 광명을 찾게 해준다고 믿는다. 기독교 신약성서에는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뱀의 신중성을 상징한다. 을사년은 뱀과 같은 지혜와 신중함이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을사년은 또한 문화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 시기로 예술과 창조적 에너지가 풍부하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면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변화와 혁신을 이끌 잠재력이 예년보다 높다.

을사년을 맞아 뱀과 관련된 지명도 눈에 띈다. 전남도는 뱀과 관련한 지명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뱀바위’, ‘뱀섬’, ‘뱀산’, ‘뱀골’ 등 지형의 모양이 뱀과 닮아 붙여진 이름들도 많고 ‘뱀똥골’, ‘뱀목’, ‘뱀목리’ 등은 뱀이 많이 서식하거나 출몰해 뱀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내려와 지명의 유래가 된 경우다.

을사년은 우리나라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해이기도 하다. 1905년 일제가 군사를 동원, 대한제국의 외교권 박탈을 위해 을사늑약(乙巳勒約)을 체결한 게 을사년이었다.

지난해 갑진년(甲辰年)은 ‘푸른 용의 해’로 힘찬 비상을 꿈꿨지만, 국가적으로는 혼란과 비극이 겹친 불운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국민이 피와 땀으로 가동한 ‘민주주의 시계’가 군사정권이 통치했던 어두운 과거로 언제든지 역행할 수 있다는 잔혹한 현실을 드러냈다. 또한 새해를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국민들은 커다란 상처와 비통한 심정을 통감하며 해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뱀과 같은 처세력이 필요하다. 뱀은 몸을 구불구불 휘저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잘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동물이다. 이에 남들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성향이 있어 성공하기 위한 전략과 계획을 세우는 걸로 알려졌다. 을사년은 겨울잠을 자고 있던 뱀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해다. 큰 절망과 상실감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지혜와 끈기로 언제나 일어섰다. 비극으로 끝난 지난해에도 각종 스포츠 대회와 예술계에서 지역 체육·예술인들의 뛰어난 성과가 두드러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되며 역설적으로 민의가 얼마나 높은 수준에 올랐는지 확인한 사건이었다.

새해 국민들은 더 안정된 국가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고 생업과 개인의 삶에 열중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모든 이들은 뱀이 허물을 벗듯 그간 쌓아온 과실을 털어내 국민이 한 걸음 더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