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정 KAIST(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조교수. 박찬 기자 |
최근 벤처 투자사 A사가 경영난으로 파산한 스타트업 대표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에 대한 당위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A사는 회사에 투입한 투자금에 더해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위험 부담을 안고 하는 스타트업 투자의 특성을 고려하면 B씨의 과실이나 고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소송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스타트업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한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A사는 지난 2017년 B씨의 스타트업에 5억원을 투자했는데 원금을 포함한 연 15%의 이자를 가산한 11억8000만원을 반환하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지난해 신설된 연대책임 조항의 충족 여부다. 지난해 개정된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에 따르면 벤처투자조합이 투자한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해 부담하게 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선행 조건 미충족 △진술과 보장 사항 거짓 △투자금 사용 용도 위반 △이해관계인의 주식 처분 등을 예외적으로 두고 있을 뿐이다.
B씨는 계약서의 내용을 근거로 연대보증이 아닌 연대책임이기 때문에 1차 채무자(A사)의 책임이 2차 채무자(B씨)에게 전이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A사는 이에 개정된 법안은 벤처투자조합에만 적용할 수 있고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인 본사는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두고 결국 법원의 해석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김덕은 민주로 대표 변호사는 “연대채무를 통해 계약한 건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대보증을 금지한 법이 개정된 이유는 창업자의 리스크를 감소시키고자 한 것”이라며 “A사는 연대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해 연대보증 금지에 대한 입법 취지를 회피하려는 요지도 있는데 결국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관건이다. 다만 이 같은 소송이 늘어나면 투자유치의 소극화로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에 AI가 투입된다면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현재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생성형 AI와 리걸테크’ 과목을 담당하는 변호사 출신 전우정 교수는 해당 사례를 AI에게 묻는다면 계약의 자유 원칙과 A사, B씨 양측이 합의한 계약 내용에 따라 계약서에 명시된 연대책임 조항은 그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법의 취지와 목적을 고려한다면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 교수는 “투자자가 여러 벤처기업 중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이러한 조건을 수용하는 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민법은 계약의 자유를 원칙으로 하며, 이는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AI도 계약서에 명시된 연대책임 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법의 취지와 목적을 고려한 판단을 AI에 물어본다면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책적 목적을 고려할 때, 이러한 연대책임 조항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창업자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을 주저하게 해 벤처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결국 AI는 계약의 자유와 계약서 조항에 근거한 법률적 타당성은 물론 해당 조항의 공정성과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주장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