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점숙 희망복지장애인주간보호센터 시설장이 지난 5일 대전시 중구 희망복지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AI 영상분석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
●대전시, AI로 돌봄사업 패러다임 제시
대전시는 민선8기 공약사업으로 지난 2022년 ‘최중증 발달장애인 도전적 행동 지원’이 추진됐다. ‘대전형 AI 기반 도전적 행동 지원 사업’은 발달장애인지원센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돌봄 부담 △서비스 이용 제한 △높은 사회적 비용 등을 완화하고 센터 이용자들의 안전과 편의 증진이 목적이다.
대한민국 자폐성 장애인의 사망 평균연령은 23.8세로 스웨덴의 자폐성 장애인 사망 평균연령인 54세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망원인 1위는 사고사(41%)였다. 발달장애인 돌봄 서비스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고령인구 증가로 돌봄 인력난이 늘어나며 성인 발달장애인의 과반이 가정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평생 돌봄의 굴레’라고 표현되는 중증 발달장애 가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매시간 발달장애인들을 관리하고 보살필 수 있는 환경은 중요하다.
센터에서는 그동안 1:1 지원으로는 이 같은 상황을 관리하기에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도전적 행동이 완화된 과정을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이와 함께 제기됐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분석해 대비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센터 이용자들의 도전적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절실했다.
대전시와 SK텔레콤이 협업한 AI 영상분석 시스템은 이 같은 요구의 대안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해당 사업이 진행되며 센터 곳곳에 설치된 AI 카메라로 자료수집이 가능해졌다. AI 분석이 이뤄진 후 AI 분석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원인을 파악했고, 이는 이용자들의 도전적 행동을 미리 체크하고 추적해 나가는 데 긍정적 효과를 미쳤다. 특히 사회복지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피로도를 줄여줬다는 자체 평가가 잇따랐다.
현장의 근로자들은 서비스 지원 인력의 업무 부담이 경감됐고 복지 현장의 피로도가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은 대전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이 지난 5일 대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대전형 AI 기반 도전적 행동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
대전시 중구 희망복지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설치된 AI 영상분석 시스템. 박찬 기자 |
대전시의 AI 영상분석 시스템 설치기관은 2곳으로 희망복지장애인주간보호센터와 주간활동센터다. 올해 연말 통합돌봄센터로 이관될 예정인 가운데 현장에선 해당 서비스를 통해 사회복지 분야의 서비스 문턱을 낮췄다는 자체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 찾은 대전시 중구 희망복지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거실에 CCTV 3개, 각 방에 CCTV가 2개(일반 1개·AI 1개)씩 설치해 사각지대를 없앴고 다각도에서 이용자들의 표정을 관찰하며 행동을 확인하고 있었다.
실제 이날 발달장애인 박모씨가 식사 시간에 관심을 얻으려고 특정 행동(일부러 국물을 쏟으면 청소하게 하는 등)을 한 영상이 기록됐는데, AI시스템이 행동 이유와 빈도 등을 분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가 자동으로 인식하는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은 총 9가지로 △발로차기 △주먹질 △밀고당기기 △쓰러짐 △머리 때리기 △드러눕기 △달리기 △배회하기 △점프 등이다.
AI 영상분석 시스템은 △신속한 발견 △행동의 전후 상황 확인 △객관적인 자료 수집 등 크게 3가지 목적으로 활용된다.
이용자가 프로그램실을 뛰어나가 다른 프로그램실로 들어가 숨었을 경우 위치를 빠르게 파악해 안전사고로부터 예방하고 도전적 행동으로 다른 이용자나 종사자가 다칠 경우, 빠른 상황 판단으로 지원 투입이 가능하다.
도전적 행동 발생 시 행동의 전후 상황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확인해 원인을 파악한 뒤 추후 예방 및 지원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발생 시간, 빈도, 횟수 등 행동의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해 종사자의 객관적 지원을 가능케 한다.
실제 AI 사업이 돌봄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교육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업무에 대한 세부 사항을 통계와 분석 결과를 통해 알아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을 갖추게 됐고 직원들 간의 유대감도 형성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박정은 대전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은 “AI 기술은 범용·포괄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발달장애인에 적용하는 기술·장치의 경우 이들을 위한 특화된 상품 위주의 개발이 필요하다”며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기분에 따라 폭력적 행동을 가하는 경우, 이를 미리 체크하고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AI가 서비스에 접목돼 실제로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 사회복지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피로도도 줄었다”고 강조했다.
홍점숙 희망복지장애인주간보호센터 시설장은 “센터 이용자들의 사전 행동을 빨리 확인하고 사각지대가 없어 모든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다. 덕분에 직원들의 시야도 넓어졌다”며 “센터 사회복지사의 경우 사업 도입 초기에는 본인의 근무 환경이 매시간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AI 영상을 통한 데이터를 매일 분석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시 중구 희망복지장애인주간보호센터 거실에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여러 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박찬 기자 |
2개의 CCTV가 설치된 대전시 중구 희망복지장애인주간보호센터 프로그램실. 박찬 기자 |
‘대전형 AI 기반 도전적 행동 지원 사업’의 한계점도 드러났다. AI 영상분석 시스템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9가지 행동을 쉽게 잡아내지만 좀 더 세부적인 행동들을 개별화해 분석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영상을 더 확보해 학습형 AI의 실용성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사업의 연속성이 중요한 이유다.
더불어 사업 추진 배경 중 하나인 전문 인력 확보와 고용 안정은 여전한 숙제로 남는다. 발달장애인 지원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 전문가의 부재와 수탁 기간이 1~3년으로 정해진 사업 인력의 고용 불안정은 센터의 열악한 환경을 대변한다. 이에 지역 장애인복지기관의 적극적 사업 참여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했다. 특히 사업 진행 기간 중 대전시의 발달장애인 정신건강 전문 기관이 부족하다는 게 드러났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전문 정신건강의학 지원체계가 필요한데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및 행동발달 증진센터 등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홍 시설장은 “사업 초기 AI가 기대했던 만큼 효과는 없었다. 학습형 AI라 도입 후 시간이 필요했다”며 “어떻게 써야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명확한 교육과 지침이 있었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웠던 부분을 토로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