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을 앞두고 농수산물 생산량 감소에 매출 타격을 입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진행 중이지만, 농수산물 생산량 감소 등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데다가 경기 악화 등의 이유로 ‘연말특수’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한 시민이 수산물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
유통가가 송년회 등 각종 모임과 행사가 늘어나는 ‘연말 대목’을 맞았으나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수산물 생산량 급감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데다가, 같은 이유로 이달 진행 중인 국내 최대 쇼핑 축제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에도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아 연말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
지난 22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평일 오전 시간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시장을 찾은 손님은 구역별로 적으면 1명 많으면 5명가량에 그치는 등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코세페(11월 9~30일)를 맞아 유통업계들이 일제히 대규모 할인 행사에 돌입하면서 ‘대형마트 오픈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대비됐다.
상인들이 올해 코세페에 참여하지 못한 데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농수산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대규모 할인 행사에 참여할 만한 ‘물량’이 부족한 데다 가격도 폭등했기 때문이다. 코세페는 정부 지원이 없는 자발적 행사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시장에서 진행되는 각종 행사는 해당 기간 소비자들의 방문을 유도해 소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을 홍보해 잠재고객을 시장으로 유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개별 점포의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어 일부 상인들은 코세페에 동참해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행사에는 참여 여부를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실제 전통시장 상인들은 올해 해양관측 사상 최장기간인 71일 동안 고수온 특보가 발효되면서 전국적으로 수산물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도소매 판매 물량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시장 주력 상품은 대부분 산지 직거래 상품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처럼 가공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수산물 생산량 감소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부 상품의 경우 고수온 영향으로 가격이 2배가량 뛴 데다가 상품 질까지 떨어져 철마다 대량 주문을 하던 손님들도 구입을 망설였고 기존 거래처 판매량까지 감소했다.
상인 김모(46)씨는 “연말에 선물용 상품을 찾는 손님들이 종종 있었는데,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관련 상품의 수요도 크게 줄었다”며 “지난 추석에도 예년과 비교해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다. 30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도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말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명근 양동건어물시장 상인회장은 “코세페와 연계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 전통시장 홍보에도 도움이 되는데, 산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도소매로 판매할 물량이 부족하니 방도가 없었다”며 “곱창김, 멸치 등 각종 수산물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위판 가격이 폭등해 판매하더라도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코세페에 동참하더라도 상인들과 소비자들이 행사 여부를 모르는 경우도 많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광주지역에서는 남광주시장, 대인시장. 양동시장, 양동산업용품시장 등 7곳, 전남지역에서는 순천웃장, 목포동부시장, 나주목사고을 시장 등 12곳이 코세페에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행사 분위기를 좀처럼 느끼기 힘들다. 전통시장 내 점포 중 한 곳이라도 코세페 행사에 동참하면 참여 시장으로 분류되는데, 이를 제외한 점포들은 코세페가 진행 중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 데다가 홍보 및 할인 혜택 부족 등의 이유로 코세페 기간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도 거의 없는 탓이다.
특히 정부의 지원이 없는 자발적 할인 행사이다 보니 코세페에 대한 시장 상인들의 관심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코세페에 참여한 적 있느냐’고 물은 결과 ‘들어본 적 없다’, ‘행사를 했던 기억은 있지만 참여하지는 않았다’, ‘홍보·참여가 부족하니 효과가 없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통시장 상인 양모(55)씨는 “코세페를 진행한다고 해서 상인들이 매대를 깔고 상품을 판매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행사 참여가 개인 자유이다 보니 참여도가 낮기도 하고 전통시장의 코세페 참여에 대한 홍보도 잘되지 않아 큰 효과가 없었다”며 “향후 코세페 행사를 진행할 때 광주시나 자치구에서 상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홍보와 지원을 적극 진행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