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세기의 핵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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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세기의 핵 주먹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11.19(화) 17:19
‘스치기만 해도 KO~’. 1980~1990년대 사각 링 위를 호령했던 마이크 타이슨(58)의 펀치 위력이다. 1990년 이전까지 그는 37전 37승 33KO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타이슨과 대결을 펼친 선수 상당수가 3분도 버티지 못하고 링 위에 쓰러졌다. ‘신의 재능’을 갖춘 타이슨에게 ‘세기의 핵 주먹’이라는 수식어는 당연한 결과다.

‘핵 주먹’ 타이슨은 1966년 6월 30일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불우한 환경 속에 그의 10대 시절은 암울했다. 그러나 전설적인 복싱 트레이너 커스 다마토를 만난 타이슨의 인생은 180도 뒤바꿨다. 키 178cm에 리치 180cm. 커스 다마토는 헤비급으로선 불리한 신체 조건인 타이슨에게 이른바 ‘피카부 스타일(peekaboo style)’를 전수시켰다. 피카부 스타일은 가드를 얼굴에 바짝 붙이고 머리를 끊임없이 좌우로 흔들며 상대방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어 적의 공격을 무력화시킴과 동시 자신의 공격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무공이다.

타이슨의 재능은 프로 무대를 휩쓸고도 남았다. 1986년 역대 최연소인 20세의 나이로 WBC헤비급 챔피언이 됐다. 87년 3월 제임스 스미스를 판정으로 꺾고 세계복싱협회(WBA)타이틀을 따내더니 그해 8월 토니 터커를 역시 판정으로 누르고 국제복싱연맹(IBF) 타이틀 마저 차지했다. 그가 WBC 챔피언 등극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헤비급 천하통일을 완성했다.

하지만 스승인 커스 다마토는 타이슨의 영광을 지켜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는 정상에 오르며 많은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1991년 7월 미스 블랙 아메리카 후보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고, 1997년 6월 홀리필드와의 ‘세기의 재대결’에서 그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어, ‘핵 이빨’이라는 조롱거리가 됐다. 이후엔 빚더미에 나 앉기도 했다. 최근엔 타이슨이 58세의 나이로 복귀전을 치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타이슨은 지난 15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AT&T 스타디움에서 제이크 폴(27)과 프로복싱 헤비급 경기를 치렀다. 이미 녹슨 주먹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는 0 대 3 판정패를 당했다.

타이슨은 신이 선물한 주먹으로 링 위에서 ‘핵 주먹’이란 전설이 됐지만 모든 걸 잃었다. 방황하던 10대 시절 타이슨을 양아들로 삼았던 커스 다마토가 오랫동안 그의 곁을 지켰다면…. 아마도 타이슨은 무하마드 알리와 슈거 레이 레너드를 잇는 전설의 복서로 기억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