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박찬호가 지난달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8회말 1사 2루에서 쐐기 적시 2루타를 때린 뒤 포효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KIA타이거즈가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을 때 두 번 모두 눈물을 흘린 선수는 내야수 박찬호, 단 한 명이었다.
2년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맹활약에도 유독 마음고생이 많았던 한해를 보냈다.
박찬호는 지난해 130경기에 나서 타율 0.301(452타수 136안타), 3홈런, 30도루, 52타점, 73득점을 기록했다. 10경기를 남겨놓고 사구로 척골 분쇄 굴절을 당해 시즌을 조기 마감했지만 프로 통산 10시즌 만에 처음으로 3할 타율을 이룬 해였다.
공격보다는 수비 비중이 큰 포지션 중 하나인 유격수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한 만큼 박찬호는 골든글러브의 유력한 후보로도 꼽혔다. KBO 수비상에서도 LG트윈스 오지환과 투표 및 기록 합산 점수에서 동률을 이루며 유격수 부문 공동 초대 수상자에 올라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기록을 반영하지 않고 투표로만 수상자를 결정하는 골든글러브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표심이 우승 팀 주전 유격수이자 주장이었던 오지환을 향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박찬호는 선수 생활의 목표 중 하나였던 골든글러브를 놓쳤음에도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 시즌 출루율과 장타율에서 발전을 다짐하며 더 독하고 절실하게 겨울을 보내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결국 박찬호는 처음으로 풀타임 소화와 3할 타율 함께 이루는 등 우승에 기여했다.
134경기에서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20도루, 61타점, 86득점을 기록했고 출루율과 장타율도 각각 0.356에서 0.363, 0.378에서 0.386으로 발전을 이뤘다.
단기전인 한국시리즈에서는 박찬호의 존재감이 더욱 빛났다.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에 그친 박찬호는 수비에서 두 차례 실책을 범하며 팀 승리에도 고개를 숙였으나 2차전에서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얻어 출루한 뒤 김도영의 땅볼에 홈을 밟으며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책임졌다.
이어 3차전에서 5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팀의 모든 득점을 책임졌음에도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4차전에서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낸 뒤 나성범의 땅볼에 홈을 밟으며 다시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만들었다.
열두 번째 우승의 피날레였던 5차전에서도 5회말 1사 1·2루에서 땅볼로 출루한 뒤 김윤수의 폭투에 두 베이스를 내달리며 동점을 만들어낸 뒤 8회말 1사 2루에서는 쐐기타까지 때렸다. 최종 성적은 타율 0.318(22타수 7안타), 1타점, 7득점.
이렇게 공수주에서 모두 균형 잡힌 활약을 펼쳤음에도 시즌내내 비판도 뒤따랐다.
안정적인 수비보다는 도전적인 수비를 추구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탓에 일부 팬들에게 겉멋만 들었다는 비난을 받은 것이다.
이범호 감독 역시 우승 기자회견에서 “박찬호의 플레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간 건들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박찬호처럼 매일 뛸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선수는 아픔이 있어도 출전하려는 마음이 있는 게 최고고, 그런 면에서 박찬호는 우리 팀에서 가장 큰 그릇을 가진 선수”라고 감싸 안았다.
박찬호도 이런 평가들을 의식한 듯 우승이 확정된 직후 “마지막에 이렇게 한 건이라도 해서 너무 다행”이라며 “더 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내 “내년에는 처음부터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까지 박찬호다운 각오이자 인사였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