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정해영이 지난달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성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우승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KIA타이거즈 마무리 정해영이 눈물 자국을 완벽히 지웠다. 지난해 구위 저하와 제구 난조 등 어려움을 겪으며 3년 연속 20세이브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 시즌 훨씬 강해진 모습으로 세이브왕에 등극한 뒤 V12를 확정 짓는 아웃카운트까지 책임지며 우승의 수호신으로 거듭났다.
특히 1990년부터 1997년까지 해태타이거즈 소속으로 활약했던 정회열 동원대 감독의 아들인 정해영은 한국 야구 최초로 한 팀에서 부자가 1차 지명을 받은 데 이어 우승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겹경사를 맞았다.
정해영은 올 시즌 53경기에 출장해 2승 3패 1홀드 31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50.2이닝을 소화하며 14실점을 허용했고, 블론세이브는 세 차례에 불과했다.
31세이브를 책임진 정해영은 1998년 임창용 이후 26년 만에 타이거즈 소속으로 세이브왕을 수상한 주인공이 됐다. 해태가 KIA에 인수된 이후로는 처음 탄생한 세이브왕이다.
지난해 부진을 딛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정해영의 세이브왕 등극은 의미가 크다. 정해영은 지난 시즌 도중 구위 저하와 제구 난조 등을 겪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퓨처스리그 등판을 통해 밸런스를 되찾고 전력에 복귀하는데 한 달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올해는 어깨 통증으로 전반기를 조기 마감한 뒤 한 달 가량 휴식기를 가졌으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KBO 리그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라는 굵직한 기록을 썼고, 4년 연속 20세이브와 개인 통산 120세이브 달성에도 성공했다.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정해영의 위력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유효했다. 정해영은 사실상 더블헤더로 치러진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과 2차전에 모두 등판해 뒷문을 책임졌다.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4점 차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퍼펙트로 경기를 끝냈고, 2차전에서는 6점 차로 앞선 9회초 다시 마운드에 올라 김영웅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1실점을 내주긴 했으나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수비를 끝내며 승리를 지켰다.
KIA가 패배한 3차전과 7점 차로 승리한 4차전에서 휴식을 취한 정해영은 5차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1점 차로 앞선 8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투입돼 이재현을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리드를 지켰고, 9회초를 삼자범퇴로 매듭지으며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정해영이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성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배터리 호흡을 맞춘 김태군과 진한 포옹을 나누는 모습은 많은 팬들에게 90년대 그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한 팬이 SNS에 합성해 업로드한 우승 투수 정해영과 우승 포수 정회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해영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긴장을 많이 했지만 전력 투구를 하면서 힘으로 붙어보려고 했다”며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는 한 점 차나 열 점 차나 똑같은 세이브 상황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집중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아버지께서 한국시리즈 우승 포수가 되시는 모습을 영상으로 많이 봤는데 저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며 “KBO 리그 최초로 한 팀에서 함께 우승을 이룰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