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김선빈이 지난달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며 4선승을 선점, 우승을 차지한 뒤 MVP를 수상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165㎝, 호랑이 군단에서 최단신인 내야수 김선빈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거머쥐며 프로야구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의 특성상 미친 선수가 나와줘야 하는데 김선빈은 소리 없이 강한 모습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선빈은 이번 한국시리즈 다섯 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타율 0.588의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홈런과 결승타 등 데일리 MVP를 받을만한 화려한 활약은 없었지만 17타수 10안타 3볼넷 1사구 2타점 3득점으로 타선에서 최고의 기록을 냈다. 수비에서도 무실책으로 결점이 없었다.
정규시즌의 뜨거웠던 타격감이 더 화끈하게 달아올랐다는 의미를 담은 수치다. 김선빈은 정규시즌에서 0.329의 타율로 57타점과 48득점을 생산하며 김도영(0.347)에 이어 KIA에서 두 번째로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1.8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특히 김선빈이 한국시리즈에서 올린 득점의 영양가는 만점이었다.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에서는 0-1로 뒤진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한 뒤 임창민의 폭투에 홈을 밟으며 동점 득점을 올리며 대역전극의 시발점이 됐다.
이어 4차전에서도 1-0으로 앞선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고, 소크라테스의 적시타에 홈으로 돌아오며 KIA 타선이 6득점 빅이닝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데 시발점 역할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대개 임팩트가 큰 선수에게 MVP가 돌아간다. 2009년에는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나지완, 2017년에는 2차전 완봉승에 5차전 터프 세이브를 챙긴 양현종이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4차전 만루 홈런을 때린 김태군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기자단 투표 99표 중 김선빈이 46표, 김태군이 45표를 받으며 단 한 표 차이로 MVP의 주인공이 갈렸다. 꾸준한 활약을 투표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로써 김선빈에게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2009년과 2017년의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김선빈은 프로 2년 차였던 2009년에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하며 TV로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2017년에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발탁됐고 다섯 경기에 모두 나서 14타수 5안타 3볼넷 1타점 3득점을 기록했지만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다. 양현종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렸고 타선에서도 로저 버나디나와 나지완, 이범호 등이 임팩트를 남기면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스스로도 이 부분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표현했다. 김선빈은 한국시리즈 MVP 수상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우승했고,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받았다는 의미가 너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프로에 입단할 때부터 ‘키가 작아서 안된다, 한계가 있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MVP 수상으로 편견을 깬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내가 신인일 때보다 단신 선수들이 많고 잘하고 있다. 단신 유망주들이 프로에 오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고, 편견을 깼다는 것이 선수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