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희 시민도슨트 단장이 9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
황지희 광주시립미술관 시민도슨트 단장도 이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시민도슨트 봉사를 시작해 올해 6월 단장직을 맡게 됐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른 독특한 걸 좋아했다. 관람객으로 특별전을 찾아 한 도슨트의 설명을 들었을 때 당시 남다른 의상과 특색 있는 해설에 흠뻑 빠져 관심이 생기게 됐다”고 전했다.
평소 광주와 서울 등을 오가며 전시를 관람하며 예술을 취미로 향유했던 그가 도슨트가 되기로 결심하는 데는 두 번의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첫번째는 지난 2020년 11월 서울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앙리 마티스 특별전이었다. 당시 윤석화 도슨트 겸 작가가 마치 작품을 직접 표현하려는 듯 예사롭지 않은 의상을 입고, 기존에 들어왔던 상투적이고 기계적 해설과는 다른 기승전결에 따라 독특한 말투로 설명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그래서일까. 이날 만난 황 단장은 흔하지 않은 검은색 한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전시관 앞에서 안내 방송을 하는 도슨트가 평범한 복장을 차려입은 것과는 달리 확연히 눈에 띄는 의상이었다.
황 단장은 가장 좋아하는 미술작가 중 한 명으로 유영국 작가를 뽑았다. 2021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유 작가의 그림을 본 뒤 추상적 작품 내면의 깊이 있는 탐구와 작가 개인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다는 욕구가 도슨트가 되기로 다짐한 두 번째 계기가 됐다.
지난해 우연히 전시 작품과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시립박물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시민도슨트 신청 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한 건 이 같은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언젠가 도슨트가 되겠다’는 마음 속 의지를 실천한 것이다.
그렇게 황 단장은 예술을 즐기는 ‘관람인’ 중 한 명에서 예술을 설명하는 ‘안내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우선순위가 있는데 제 경우에는 돈이 1순위가 아니었어요.”
경영학을 전공한 황 단장은 시민도슨트로 활동하기 전부터 숙박업을 통해 개인 사업을 해왔고 현재는 본업과 도슨트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도슨트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사실상 없지만, 몸은 힘들더라도 여러 미술 작품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특권’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도슨트 활동을 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설명할 때라고 강조했다. 황 단장은 “‘2024 광주시립미술관 여름특별전 한국미술명작전’이 지난 6~8월 열렸는데 당시 3층에 걸린 유영국 작가의 작품들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 설명할 때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황 단장은 현재 시립미술관 1, 2층에서 비엔날레 파빌리온을, 3층의 1·2전시관에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특별전 ‘시천여민’ 안내 및 해설을 담당하고 있다. 미술관 규정에 따른 최소 시간만 채우면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관객들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미술관을 찾아 힘들 때 그림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갖가지 고통으로부터 치유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최근 ‘사회적 처방’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미술 관람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예술은 일상에서 즐기는 취미 활동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사회적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회적 처방으로는 원예, 정원 가꾸기 등이 있는데 미술 관람도 여기 포함될 수 있고 도슨트는 이런 사회적 처방을 돕는 링크워커 직군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황 단장은 말한다.
그는 “링크워커란 사회적 처방을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의미하는데 제가 하고 있는 도슨트 활동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립미술관에는 1기 9명, 2기 11명, 명예도슨트 1명 등 21명의 시민도슨트가 활동 중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