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택 전남대 교수 |
런던의 빅벤과 파리의 퐁피두 다리는 문학, 영화, 예술작품 등에서 개인의 기억이 집단의 기억으로 치환되며 도시의 중심공간으로서 장소성을 획득하고 사회적 위치를 확장하며 가치를 더하고 있다.
영산강은 광주시민에게 공동체의 기억을 제공할 만큼 일상의 경험을 제공하는가?
영산강과 함께 성장한 나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철도망과 도로망을 중심으로 성장한 20세기 광주의 도시계획에서 영산강은 도시외곽의 경계로서 인식됐으며, 광주천은 확장된 광주의 경제, 산업, 문화적 관점에서 미래 광주의 중심공간을 계획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각종 계획과 전문가의 논의에서도 무등산에 대한 조망권과 높이제한 및 보존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영산강을 중심으로 한 미래 도시 발전전략에 대한 계획은 아직 추상적인 단계에 머물러있다.
보행중심 15분 압축도시의 이슈를 전세계적으로 불러일으킨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은 2024 파리올림픽에 도시의 중심으로서 세느강의 역할을 새롭게 하고자 했다.
4차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의 주요도시들은 디지털 산업과 핵심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도시의 거주성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접근성 좋은 수변공간은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창의적인 젊은 인재(Creative Class) 유입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을 중심으로 끊긴 보행로를 연결하고 강에 근접해서 레스토랑과 상업시설, 문화시설과 공원등을 배치해, 관광객 뿐만 아니라 도시외곽에 흩어져있는 젊은 중산층을 수변을 중심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한 수질개선과 높은 제방을 극복하기 위해서, 베이징 대학 교수인 공지안 유 (Kongjian Yu)는 기존 제방을 해체하고 물의 흐름과 자연의 정화작용을 활용한 스폰지 시티(Sponge City)의 개념을 적용해 환경개선과 수변공원 접근성 향상 등에 새로운 대안을 실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영산강의 넓은 수역과 부족한 수량관리에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영산강 주변 종합도시관리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광주는 높은 제방에 더해 넓은 자동차 도로와 방음벽으로 시민의 삶과 기억에서 영산강을 점점 분리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광주공항의 고도제한으로 도시의 중심에 미개발지로 남겨진 영산강 수변공간은 공항이전 논의와 더불어 다음 세대를 위한 장기적이고 담대한 비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첨단 산업과 인재를 유치하고 매력있는 장소와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섬세한 공간기획과 미래지향적인 도시계획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담을 그릇이 필요한 때이다.
최권범·김성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