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인문학>검은 승용차, 광고에서 권위와 부 표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문화 기획
박현일의 색채인문학>검은 승용차, 광고에서 권위와 부 표현
(264) 색채와 생활 그리고 기업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 입력 : 2024. 09.18(수) 17:42
●색채와 음계

천재 시인 랭보(Arthur Rimbaud, 1854년~1891년)는 시를 5가지 색으로 분류하였는데, 검은색을 A라는 시와 같다고 했다.

색청은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속에 색채 혹은 그림자와 같은 것이 나타나는 공감각(synesthesia)의 형태를 말한다. 이 감각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19세기 말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하였고, 그 후 많은 음악가에게서 발견되었다.

공감각은 어떤 사람들에게 동일한 색깔로 나타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음계마다 서로 다른 색채가 나타난다.

다섯 방향을 의미하는 오방색인 노랑, 하양, 파랑, 빨강, 검정은 국악의 5음계인 궁상각치우의 소리이자 색이다. 북쪽을 의미하는 검은색은 우(羽)의 북쪽소리, 우깃소리, 털 깃, 해금들을 나타낸다.

녹턴(Nocturne)이라는 색은 녹턴(애상곡)을 이미지시킨 파란 기미가 있는 검정을 말한다. 녹턴은 몽상적이고 풍부한 선율에 의한 피아노 소곡을 말하며, 특히 쇼팽의 ‘야상곡’이 유명하다. 이것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유롭고 환상적인 밤을 생각나게 하는 흐름의 곡이 특징이다.

많은 작곡가가 실제로 색과 음조를 짝짓는데, 일반적인 색과 음조이다. 검은색은 E단조를 나타낸다.

●색채와 마케팅

마케팅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지속적인 색 인상은 90초 이내에 이루어지고, 그중 60%가 사물, 장소, 개인, 환경의 수용과 거부를 결정짓게 된다고 조언한다.

미국에서는 초우량 고객을 잡기 위해 부의 상징인 검은색으로 디자인한 ‘블랙카드’가 등장했다. 이 카드는 상류층 1%만을 겨냥한 것으로, 회원이 신청한 것이 아니라 카드사가 직접 회원을 심사해 발급하는 권유의 마케팅이다.

1970년대 샤넬과 크리스챤 디올, 베르사체, 입생 로랑은 검은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는데, 이 색은 최고의 단순함과 최고의 아름다움을 결합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20세기 최고의 색은 검정이다.

LG전자는 하얀색이나 은색 중심이었던 기존의 모니터와는 달리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처리한 플래트론 LCD 모니터로 판매량을 50% 이상 늘렸다. 왜냐하면, 검은색 모니터는 고급스런 이미지뿐만 아니라 테두리가 하얀색일 때보다 화면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크라운베이커리는 노르스름한 갈색 빵을 고집하던 기존의 관행을 깨고, 흑미 분말과 오징어 먹물이 함유된 웰빙형 제품인 검은 식빵을 출시했다.

검은색을 이용한 대표적 제품으로 고급 승용차를 들 수 있다. 특히 광고에서는 권위와 부를 표현하고, 다분히 고품격 느낌을 주기 위해 주로 검은색 승용차를 등장시킨다.

카드 업계에서, 검은색은 무채색이 주는 모던함과 세련미를 갖춘 의지가 강하고, 그리고 원대한 희망과 꿈의 색채로 불리기 때문에 종종 사용한다.

1989년 한국의 한 신문(생활용품 ‘블랙패션’시대, 스포츠서울, 1989년 6월 16일)에서는 생활용품에 ‘블랙파워’ 시대가 열렸다고 기고하였다. 자동차와 의류에 일부 도입되었던 검은색이 이제 장롱, 문갑, 가구, 세탁기, 밥솥, 가스레인지, 토스터들의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일상 생활용품에 적용되고 있으며, 그동안 거의 금기시돼왔던 이 색이 과감하게 사용되고 있다.